놀러 나갔다가 들어온 5살짜리 꼬마가 느닷없이 텔레비젼이랑 전화랑 사달라고 성화다.
아마 함께 놀던 제 친구들이 우리는 텔레비젼이랑 전화랑 있다고 자랑을 했나보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언가 다 채워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일종의 죄책감으로 가슴이 뻐근함을 느꼈다.
그러나 엄청난 생활고에 생각이 미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한참만에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10원짜리 저금통을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주고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누가 돈을 주면 까먹지 말고 여기다 넣어라 석이가 저금을 많이 해 학교에 가면 엄마는 텔레비젼도 사고 전화도 사고 과자도 많이 사줄테다』이 말을 들은 석이는 금방 얼굴이 햇님이 되어 환해지고 입을 함박만 하게 벌어진다.
그 후 나는 어린 아이들과의 약속이 실없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쪼달리는 살림속에서도 20만원짜리 보험을 들었다.
석이는 기특할 정도로 저금통을 채워갔다. 돼지배를 갈라 쏟아지는 동전들이 금송아지 만큼이나 사랑스럽고 귀하다. 석이와 함께 세어보니 1천7백35원. 석이의 손을잡고 은행에 가 정기예금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10원짜리 돼지저금통 하나를 사주었다.
그런데 머리통만 채우면 다 찰 저금통을 엊그제 누가 집어가 버렸다.
언젠가 오바주머니속에 넣어 두었던 돈 1만원이 없어졌을때 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 어린 것이 먹고 싶은 것도 많았을텐데 … 눈물이 핑돌기까지했다. 맥빠진 며칠을 보낸 후 석이생일날 다시 저금통을 사러갔더니 10원짜리는 없고 20원 30원짜리만 있단다. 심각한 물가고를 절감하며 20원짜리를 사와 아빠께 석이 생일기념으로 하고 내밀있다. 5백30원을 넣어주신다. 나도 핸드빽을 뒤져 2백80원을 넣어 석이에게 주었다. 이제 우리 석이의 저금통이 분실되지 않기를 주님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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