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의 사순절은 2월 12일 재의수요일로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금년 사순절의 첫날이 때마침 국민의 중대관심사인 국민투표일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뜻을 붙여서 이번 사순절을 맞이하는 자세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사순절은 원래가 예수 수난의 고통과 부활의 기쁨을 동시에 깊이 묵상하고 반성하고 쇄신하는 시기임은 말 할 것도 없다. 즉 죽음과 부활 고통과 기쁨의 기도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음미하고 체득하려는 때이다. 사실 고통과 기쁨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신비에 속한다. 예수의 죽음이 없이는 예수의 부활이 있을 수 없다는 신비와 같이 인생의 고통이 없이는 진실한 기쁨이 있을 수 없는것도 역시 신비에 속하는 것이다. 「고생끝에 영화」니「고진감래 여서비내」니 하는 따위의 속담도 바로 고통과 기쁨의 순환 신비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찬들은 이 세상안에서의 고락ㆍ화복의 순환성을 초월하여 현세의 고통과 영세의 복락과의 연결성을 신비로서 받아들이는 원대하고 지고한 차원의 인생관을 소지하고 있는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사순절은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있어서 그 영성을 묵상 반성하여 확고한 신앙의 자세를 정립하는데 가장 적당하고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신자의 입장에서 먼저 개개인 신자로 볼 때 대소다소간의 고통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확실히 믿는 자에게 있어서는 부활과 영생의 기쁨을 맛보지 않을 사람은 또한 하나도 없다. 이것이 곧 십자가와 부활의 빠스카의 신비이다. 이 신비를 철저하게 깨닫고 믿는 자에게는 고통 그 자체 안에서 기쁨을 미리 맛볼수 있는 은총을 얻을것이고 또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남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서 하느님과의 화해와 이웃과의 화해를 이룩할 것이다. 특히 금년은 화해의 성년임을 명심하여 자기 쇄신과 아울러 여타 화해의 열매를 맺는 사순절이 되기를 다짐해야할 것이다.
다음은 공동체인 한국교회 전체적 입장에서 볼 때 대외적ㆍ대내적인 두가지 측면에서 다같이 큰고통의 문제점이 있는것이다.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사회적 문제는 단적으로 말해서 인권회복과 정의구현의 문제이다. 교회의 사회참여는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교회의 현대화ㆍ사회안의 교회ㆍ세계를 향한 교회 등의 거시적 근원적 교회관의 확립에서 나오는 당연한 과제임은 재논의 여지도 없거니와 더욱 더 현대세계 사목헌장ㆍ지상의 평화ㆍ제민족의 발전ㆍ세계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의 선언ㆍ정의와 평화에 대한 바오로 6세 교황의 메시지 등에서 교회의 사회에 대한 개방성과 적극적ㆍ능동적인 참여성에 대해서 명확히 표명하고있는 것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신과 사명감에 입각하여 근자에 라띤아메리카ㆍ아프리카ㆍ아시아 각 지역의 이른바 제3세계권에서 사회부조리의 배격, 인간존엄성의 존중, 기본권의 확보 등의 문제에 교회가 교회사상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고 행동하는 사회 참여의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한국교회도 그와 공통적인 차원에서 한국사회의 모든 부조리 상황 인권의 침해 등등에 대해서 작금 이래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활발하게 사회참여의 발을 내딛고 있다. 이는 하느님의 진리를 선포하고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촉구하는 복음의 빛에서 나오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예언직 수행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종교의 정치간여로 오해하는 측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이른바「정교분리」의 올바른 뜻을 이해하지 못한데 기인하는 것이고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는 어디까지나 교회의 정당한 사회참여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고통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 오랫동안의 교회의 대사회 자세에 있어서 폐쇄적 오부관언적 소극적이었던 타성때문에 오는 일종의 이양감 같은 것이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과도기의 산고와도 같은 것이다. 현대세계안에 그리스도 교회의 새 정신을 태어나게 하는 새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통은 분만후의 기쁨을 위해서는 마땅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걷는데 있어서는 교회는 지나치게 급속을 기하지말고 어떠한 한계선을 살펴가면서 평화와 사랑과 진리안에서 복음적 차원에서 떠나는 일이 없도록 온갖 용기와 슬기를 다해야 할것이다.
끝으로 교회 내적으로는 이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다소간의 견해 차이가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자간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교회는 일치의 성사라고 불리우리만치 각기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크게 일치를 기해야 한다. 각 계층간의 보다 풍부한 대화를 통해서 보다 대주적 차원에서 현 한국교회의 어려운 고비가 이번 사순절을 통해서 부활의 기쁨으로 승화되기를 기구하는 바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