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동란이 돌발했을 때 당시 용산에 자리하고 있던 소신학교의 학생들도 목자없는 양과 같이 고향 아니면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그 중에는 군에 입대하여 전사까지 한 학생들이 있다. 다행히도 무사히 대구 부산으로 내려간 학생들은 경남으로 제주도로 다니면서 가까스로 수업을 계속하여 간신히 유급을 면하게 되었다. 찾아가는 성당마다 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과 시설이 있을리 만무였다. 하는수 없이 제의방이나 성가대를 교실과 침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성당에서도 성체를 옮겨 모시거나 제대로 휘장으로 가리우고 잠을 자고 공부를 했다. 걸상이 없는 차디찬 마루바닥에서 학생들은 때가 묻은 사과 상자를 책상으로 사용했다. 춥고 불편한 자리에서 어린 학생들이 쏟은 잉크로 인하여 성당마루와 벽의 낮은 부분을 얼룩지게 했다. 주일날은 새벽에 본당 신자들이 와서는 아직도 성당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는 밖에서 기다리는 때도 있었다.
그리스도께서 성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채찍으로 몰아냈다고 한다. 기도하는 집에서 소란을 피울수 없다는 교훈일 것이다. 어떤 신자는 더구나 성체가 현존하는 성당에서 침식을 하는 행위는 독성죄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은 피난때와 같은 비상시에는 어쩔수 없다고 한다. 사정에 따라서 성체를 옮겨모시거나 제대로 가리우고 성당을 기도 아닌 다른 행사에 사용할수 있지 않은가? 어떤 본당에서는 성체를 모신채 본당 신부님의 본명첨례 축하식이나 음악회를 갖고 박수와 웃음으로 소란을 피우는 예도 있다. 신식 신자들은 성당을 간막이로 나누어서 주일학교나 회의실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찬을 봉헌하는 성당에서 감실을 임시로 가리웠다고 하더라도 떠들며 토론을 할 때 부자연스럽게 느낄것이다. 그것은 전통에 젖어있는 구식 교우이기 때문일가? 성당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휘장을 쳐놓고 제대를 바라다 볼 때 같은자리가 성당으로 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변함없는 인간의 심리일것이다. 신식 교우라고 해서 미사를 지내는 성당에서 흥분과 웃음과 박수의 소리를 듣고서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것인가?
성당을 기도하는 집으로 정중하게 보존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강당이나 공회당과 별 차별없이 여길것인가? 성당은 미사를 지낸 다음에도 성체방문과 같은 신심의 전당으로 엄숙하면서도 정중하게 보존되어야만 하지않을까? 가난한 이와 병자를 돕지 않고서는 사랑이 없기 때문에 미사봉헌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웃의 사랑으로 인하여 천주님을 대하는 숭배행위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그리스도께서도 성전밖에서 병자를 치료하여 주시지 않았는가? 성체의 현존은 변함없는 신덕도리이다. 그러므로 성당은 기도를 바치는 성역으로 엄숙하게 보존되어야만 할것이다. 그리고 성체방문 기도의 신심이 강조되기 위해서도 성당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성체를 모셔야 할것이다. 언제나 성당은 성체가 현존하는 곳이며 기도하는 집이기 때문에 정숙하게 보존되어야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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