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시부모님과 시동생 아이들 셋하고 모두 아홉식구다. 저녁엔 으례히 저녁기도를 하고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와 특별히 이북에서 못넘어온 큰시누님을 위해서 온 가족이「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어제는 이북에 계시는 우리 시누이의 50회 생일날이다. 이런날이면 더욱 더 부모님들께서 괴로와하시는 것을 볼 때 자식과 이렇게 생이별로 생사를 알 수 없으면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런 아픔은 비단 우리 가족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민족 모두의 아픔이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번도 본 일이 없는 분이지만 어쩌다 사진첩을 꺼내보면 제일 유심히 보아지는 것이 여고교복을 입고 마음좋게 웃고있는 시누이의 학창시절 사진이다.
물론 50줄에 들었으니까 많이도 변하셨겠지. 5남5녀의 맏딸로 태어나 제일 먼저 시집을 간 뒤 부모님은 월남하셨으니까 이미 남의 식구가 된 큰딸과 같이 떠나기는 어려웠으리라『북한에서는 교회를 박해하고 있지만 우리 딸 아가다만은 신앙을 버리지는 않을꺼야』가끔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한숨을 쉬지는 아버님은 매일 기도로써 세월을 보내신다.
70을 넘기신 이 노부모님들의 염원은 생전에 딸의 소식이나마 알고 싶으시다는 것 뿐이시다. 우리집 아이들 넷째 고모는 카나다에서 살고있지만 사흘이 멀다않고 소식이 온다. 혹 가다가 국제전화도 걸려오기도 하고 그곳은 물론 이북보다도 몇배나 더 멀지만 지척같이만 느껴지는건 왠일일까? 지난번에 대한 적십자사에서 벌인「이산가족찾기」는 우리가족에게 기쁨과 기대가 컸었는데 그 열기는 조금 식어가는것 같아서 서운하게 생각한다. 얼굴도 모르는 시누이의 생일을 지내고 올해도 상봉의 그날이 빨리 오도록 천주님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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