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머리맡에
죽음으로 사랑을 가르치고
사랑으로 죄악을 가름하신
영원한 어버이 십자고상이
영겁을 생명하고 있다.
무참한 창에 찔려
흐르는 선혈 선연한
당신의 참혹한 모습이여!
손발에 못자국 쓰라린 상처
새삼 생생하여
나는 마음으로 웁니다.
내가
인환의 거리를 헤매며
회색빛 번민으로 몸부림하여
아픈마음으로 당신을 우러를 때
당신은 말없이 그렇게만 계십니다.
때로는
분홍빛 가두를 미련속에 묻어놓고
환속한 참회의 눈을 열면
그때도 당신은 머리맡에 계십니다.
말없는 고상으로 그렇게만 계십니다.
월심삼경
묵도로 당신앞에 머리 숙이면
이윽고 당신은
인고를 해탈한 신비한 성상
만사를
초연한 사랑으로 감싸 주십니다.
무참한 창에 찔려
흐르는 선혈 선연한
오오! 인간 죄악의 상흔이여!
끝끝내 한마디 말 없는
영원한 어버이
십자고상
정녕 영겁을 호흡하며
당신의 사랑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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