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성직자들과 평신자들이 함께 세미나를 가졌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 세미나는 성직자가 주제 발표를 하고 함께 토론을 벌이는 형식을 취했다. 휴식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온 어느 평신도자가 묘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디아꼰 디아꼰 하길래 무슨 심오한 철학적 용어나 신학적 용어인 줄 알았더니 부제(副祭)더구먼』. 정말 묘한 심경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라띤어를 모르는 평신자들이 참여해 있고 함께 토론을 벌이기 위해 마련된 세미나가 아닌가.「부제」라고 하면 누구나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 터인데 굳이「디아꼰」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가 아리송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우리말을 두고 상당수 사람들이 모르는 용어를 골라 쓰면 권위가 서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하나의 심술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씁쓰레했다. ▲흔히「비밀이 많다」는 비판을 듣는 꾸르실료에도「디아꼰」식 용어가 많다. 이를테면「룰료」「데꾸리아」「빨랑까」「렉타」「오픈닝」「끌라우수라」「마냐니따」등등. 이런 용어는 일반 사회는 물론 교회 내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말들이다. 전국「울뜨레야」를 보도한 신문 기사를 보아도 기자들이 용어 때문에 골탕을 먹은 흔적이 뚜렸했다.「룰료」는 강의,「데꾸리아」는 조(組) 또는 분단, 빨랑까는 지원(支援) 또 후원,「렉타」는 회장「오픈닝」은 개회식「끌라우수라」는 폐회식「마냐니따」는 새벽 찬미 등으로 옮겨 쓸 수 있을 터인데…▲전국 울뜨레야에서 김수창 신부는 이처럼 불필요한 외래어를 추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김 신부는 외국의 전통을 외국보다 더 철저하게 지키려는 우리의 자세를 매섭게 비판하여 많은 공감을 샀다. 이러한 외래(外來)지향적 자세는 우리의 문화 전통과 풍토를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교회는 한 술 더 떠서 권위주의와 비밀주의가 발명돼 있는 것 같다.「디아꼰」식 용어를 쓰는 것도 교회의 말씀이 일반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월에 열린 대한 예수교 장로회 총회는「성직자 구속 해제에 관한 건의서」를 대통령과 국회 의장에게 보냈다. 그것은 기독공보 등 기관지에 당연히 1면 머리기사로 대서 특필됐다. 구속자 석방 건의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했고 야당 당수도 공개로 건의했다. 따라서 이런 건의는 새롭거나 비밀스런 것도 아니고 어색한 일도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이런 건의를 했다면「당연히」비밀에 부쳐졌을 것이다. 비밀주의가 신뢰와 직결되고 권위주의가 지도력의 기반이 될지는 역시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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