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버림 받아야 할 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니…』
1974년 4월 2년형의 선고를 받고 순천교도소에 입소한 나는 나를 잡아 가둔 형사와 주인들에게 보복할 것을 꿈꾸며 영어의 생활을 시작했다. 순천에서 일공장에 출역한 나는 나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세상 부조리에 보복을 하였다는 쾌감에 젖어 있었다. 그런 나에게 김웬델리노라는 동료가 말을 걸어왔다.『나는 천주교 신자인데 우리 종교에 대하여 연구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흥、죄를 짓고 들어온 자가 무슨 종교는 종교야』하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기에『한 번 생각해 보지요』하며 대답만 할 뿐 아무 생각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 거실에 들어와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온갖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우리 같이 힘없고 빽없는 사람은 조그마한 죄를 지어도 형을 받고 구속이 되지만 억만금이 있는 자들은 몇 천만 원을 사기해 먹고도、불량식품을 만들고서도 떳떳이 잘 살고 있지 않느냐? 하느님이 있다면 왜 이런 세상을 그대로 보고만 있단 말인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힘있고 돈만 있으면 제일이지 하느님이 무슨 하느님이란 말이냐?』하고 생각하며 나가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 남들처럼 큰소리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그는 자꾸 신앙을 가져 보라며「무엇하는 사람들인가?(박도식 신부 著)」를 내놓으며 읽어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저녁에 심심하고 하여 한 장 읽어가는 중 차차 내 마음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정말 하느님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한 것일까? 학교 다니던 시절에 배운 진화론은 모순된 것이란 말인가? 이 모든 것에 대하여 너무나도 상세히 대화 형식으로 적어 놓은 글을 읽으면서 나는 차츰 나의 지난날 세상에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나、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나를 돌이켜봤다.
종교를 가지고 선하고 착하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 그런데 가난하게 살고 바보 취급당하는 그들에게는 이렇게 크신 하느님의 약속이 있고 행복이 있었단 말인가?
온갖 그런 분이 세상의 권세를 원하지 않고 오히려 나 같은 죄인을 위하여 흉악범들만 받는 십자가형을 당하셨다니 그러면서도 자신을 못 박는 자들의 어리석은 죄의 용서를 빌으신 예수님을 생각할 때『아! 나 같은 죄인이 과연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생각하며 웨델리노의 인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수녀님께 교리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배우면 배울수록 나의 마음은 점차 평온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세상의 행복은 영원하지 못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영원한 행복이 아니었던가? 병들고 죽고 죽으면 끝난다고 생각한 나! 천당과 지옥이 어디있느냐고 비웃던 내가 이제 주님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영원한 행복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과연 나 같은 죄인이 용서 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 은채 어느덧 8개월이 지나 영세를 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망설였다. 나 같이 추악한 죄인에게 따뜻이 대해 주시는 수녀님들、그분들에게야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있겠지만 나 같은 인간에게 무슨 사랑이 있으며 주님을 사랑하고 자녀가 될 권리가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어느덧 영세 날짜가 다가왔다.
나는 용기를 내었다.
『영세를 받자 나의 모든 죄악을 씻어주시는 천주님께 의탁하고 주님의 자녀가 되어 앞으로 새 삶을 영위하자』고.
33명의 길 잃은 양이 목자를 찾은 것이다. 신부님께서『여러분은 이제 마귀를 끊어 버립니까?』하고 물으시자 모두들『네 끊어 버립니다』하고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이제 모든 예식은 끝났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 태어난 것이다. 교만과 탐욕을 버리고 주님의 자녀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어언 2년이 지났다.
이제 사회인으로서 아니 주님의 종으로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남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가 된 것이다.
나는 지금 지난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이다.
『이 연약하고 죄 많은 인간을 죄악에서 구해주시고 당신의 자녀로서 살아주신 주여、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탕아들을 하루 빨리 주님의 품 안으로 불러주소서 아멘.』
이 원고는 필자의 요청에 의해 가명으로 게재했음을 밝혀둡니다.
▲본사에서는 입교 수기를 널리 모집하고 있습니다. 입교 동기나 당시의 심리적 배경 등을 내용으로 적어 보내시면 됩니다.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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