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느 신문 기자가 미국에 있는 우리 교포들의 생활과 애환(哀歡)에 대해서 쓴「코메리칸의…」라는 책이 독서계에 선풍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영향을 받아서인지 과거에 주미 특파원 생활을 하던 몇몇 다른 기자들도 이것과 비슷한 종류의 특파원 생활기(生活記)를 써서 책으로 내놓았고 또 그런 대로 널리 읽히기도 했다.
대체로 이런 책들이 넓게 읽히는 이유는 최근 들어「픽션」보다는「논픽션」을 통해 글 속에서 더욱 더 현실감을 즐기려 하는 동시에 새로운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미 교포들의 얘기에 관한 한 많은 독자들은 꽤 구체적인 이유들을 가지고 이들 책을 읽는 것이 분명하다. 말하자면 일가친척 가운데 누군가가 미국에 살고 있고, 그래서 그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싶대서든지 또는 평소 미국 이민(移民)의 꿈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든지 하는 것 등이다.
또 더러는 나처럼 얼마간이라도 미국에서 지냈던 사람은 자기가 느꼈던 것과 비교도 해볼 겸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옛 생활을 돌이켜보고 싶은 마음에서도 이런 책을 사 읽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이런 책들은 상당히 많은 우리의 궁금증을 잘도 들춰내어 소개하곤 하는데 예의<코메리칸의…>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그 재미있는 관찰에 여러 번 감탄하기도 했다.
그의 글 가운데서 내가 특별히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아마도 재미 한인교회(물론 개신교에 관한 것이 전부지만)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재미 한인 사회와 그 역사를 말할 적에 이들 한인교회는 그것과 절대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나 개인으로서는 이것과 너무도 대조적인 우리 한인 천주교회를 생각하게 되는 데서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정말로 교회가 많다.
예의<코메리칸…>에 소개된 내용만 봐도 미국엔 교회보다 목사가 더 많고 그래서 이들은 밤낮으로 공항에 나가 한국에서 오는 사람이면 누구건 마중해서 자기의 신자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큰 도시에는 교회가<자고 나면>하나씩 생길 정도라고 이 책에도 쓰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둘 또는 셋씩으로 쪼개져 나가는 일도 허다한데 나는 결코 이 점을 들어 재미 한인교회의 생태를 흉보기 위해서 이런 얘기를 쓰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개신교의 이런 풍성한(?) 수적 증가와 한인 사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우리 한인 천주교회의 현실을 얘기하자는 데 있다.
어지간히 큰 도시가 아니면 우선 교회조차 없다. 또 설사 어찌어찌 해서 교우들이 모여 교회를 준비한다 해도 부님을 구할 길이 없어 결국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미국 말 미사에 맥없이 참여하거나 아예 그만둬 버리는 사람도 많다.
연 전에 내가 있던 미국 동부 도시의 하나인「볼티모어」에도 교우 약 2백여 명의 한인 천주교회가 하나 있다.
지금은 미국에 공부하러 오신 신부님 한 분을 거의 강청(强請)에 의해 모시게 되긴 했지만 1년 남짓은 약 2백 리나 떨어진「워싱턴」에서 그곳신부님을 꾸어다(?) 오후 늦게 주일미사를 드린 적도 있다.
국내에도 점차 신부님의 배출이 줄고 있는 형편이라니까 미국에 있는 교우들에게까지 여유 있게 신경 쓰게 될 까닭이 없지만 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이 어떻게든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나는 퍽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가령「가톨릭시보」보내기 운동 같은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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