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이 가끔 있다. 조금만 생각하고 말하면 될 것을 앞 뒤 가리지 않고 막하기 때문에 사제의 품위고 뭐고 사정없이 곤두박질할 때가 있다.
교양이 부족한 자에겐 약이 없는 것이다.
『너. 애기 낳냐?』
시집 간지 네 달도 안 된 부인에게 전화로 불쑥 던진 말이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이제 시집왔는데 뭐 벌써 애나냐 면서 신부님도 별 말씀 다 하신다며 눈흘기는 소리를 하였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있고 친분이 가깝다 해도 남의 부인을 보고「너」라니! 그것도 결혼한 지 1년이 된 것도 아닌데. 그래 신부는 넉 달 만에 애기를 낳는다고 알았다는 것 인지. 잘못치고는 참마로 인격의 모자람에 가슴을 치며 속상해하지만. 그 버릇이 또 잘 고쳐지지 않으니 한심스러울 뿐이다.
어떤 신부님은 자신의 고약스런 말버릇 때문에 6개월간 재갈을 입에 물고 사셨어도 고치지를 못하셨다는데 이래저래 성질 급한 인생들은 사서 고생하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을 밥 먹듯 한다.
그리고 또 웃기는 것이 남에겐 말을 함부로 하면서도 누가 나에게 서운하게 하면 그게 그렇게 원통하고 서러워서 밥맛을 잃어가며 화를 내고 흥분을 하니. 어느 세월에 복자되고 어느 세월에 성인될 런지. 신학생 시절의 그 원대한 꿈은 이제 흔적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시골에 있을 때의 일이다.
성당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달려오면서『신부님 신부님!』하고 매달리기에 웬 수작이냐 싶어서 못들은 척했더니 글쎄 요것들이 돌아 서면서『소 같은 신부님!』하면서 한 마디 흘리는 것이었다. 『누가 그랬어?』속으로는 웃으면서 그러나 겉으로는 성낸 표정을 짓자 한 아이가『신부님이 그랬잖아요. 말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소 같은 사람이라고요!』하며 깔깔대는 것이었다.
콩 심은데 콩 나는 것이며 뿌리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내가 그 모양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