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해방을 맞이하던 날이 기억에 새롭다. 당시에는 온 국민이 다 훌륭한 일꾼이고 정직한 공무원이며 애국자와 같았고 형제애를 실천하는 신자와 같았다. 침략자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기쁨보다도 서로 단결하여 명랑한 사회를 이룩해보겠다는 결심이 더욱 아릿다왔고 만세소리가 감격스러웠다. 해방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영토와 자유를 기증받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것을 돌려받았다는 뜻에서 본전떼기며 우리의 노력보다는 미국사람들의 힘이 컸다는 것을 잘 모르고 지나치게 좋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정한 침략자를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편에서 양심적인 일꾼과 정직한 정치인이 나오느냐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상식을 모르는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 30년간 여러차례의 사건을 통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심을 표시하는 기회가 많았다고 본다.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참으로 감격스럽다. 그러나 많은 애국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조국의 현실은 어떤한가? 오늘의 부패와 빈부의 차이와 가난이 국토의 분단과 석유값의 인상에서만 기인하는 것인가? 이기주의자들이 지나치게 좋은주택을 마련하고 부동산을 사들이고 심지어는 외국에까지 재산을 도피시켜 자녀들이 고급주택과 사치한 자가용차를 타고 다니게 한다는데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부모들도 8ㆍ15 해방 당시에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부른 소위 애국자들이 아닌가? 만세를 부르지 않은 사람만 간추려서 정치를 떠맡기고 회사를 운영케하여 오늘과 같은 불행한 현실을 초래했는가? 형제애가 없는 신자만 골라서 교회일을 맡게하였기 때문에 교구와 교구 본당과 본당의 빈부의 차이가 심한데도 서로 도와주지 않고 있는가? 그래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새로운 애국자와 젊은이들에게 사회와 교회의 지도역을 이양케하는 방법만이 남아있을 뿐인가?
자기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신자는 외교인만도 못하다. (티전5장) 그리스도를 배반하는 일이 있어도 하느님이 주신 자기 민족을 사랑해야 한다(로마9장)는 사도 바오로의 역설적인 말씀을 인용하면서 한국교회는 가난한 조국을 구체적으로 도와 줌으로써 천주님을 증거해야 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정치하는 분들을 믿을 수 없고 은행이 신용이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가난한 나라를 사랑하기 위해서 저축이라도 하자고 하는 말씀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신자가 있는가 하면 나 혼자서만 잘하고 국산품을 사용했댔자 별차이가 없으니 기도나 열심히하고 이민이나 가서 편안히 살며 천주공경이나 잘해보겠다는 신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주님 저는 매일 영성체하는 소위 열심한 신자입니다. 그러나 성체안에 계시는 당신께서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이 조국과 가난한이웃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사랑을 전연 모르는 가련한 죄인입니다.
앞으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하여『우리나라를 사랑하게 하여 주십시요』하고 바치는 신자의 기도는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일시적인 애국감정(?)과 흥분보다는 영구적이고 실천적인 애국적 덕행에서 살기좋은 내일이 희망차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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