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의식주 문제가 별로 중요치 않은 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지금도 기아로 죽어가는 형제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무심한 신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교회가 한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켜줄만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설교와 이론으로만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에 홍콩에서 개최한 신용조합 총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
일본 중국 월남 등 우방국들의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신용조합이 가장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때 흐뭇하게 생각했다.
영혼의 구령사정만을 돌보는 일이 교회의 본부라고 오해한 신자들이 대다수인 한국교회에서 외국수녀님 한 분이 서민들의 경제생활을 향상시켜주기 위하여 신용조합을 설립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저축을 할 수 있느냐? 푼돈을 모아서 언제 목돈을 만드느냐, 빌려 간 사람이 갚지 않고 달아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동의 반대자들이 많은 한국에서 10년 이상이나 조합운동을 이끌어 온 지도자들의 열의와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처음에는 서로 불신하는 사람들을 정성껏 타이르고 푼돈부터 모아서 100억원의 실적을 올려놓은 업적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불경기는 점점 심해져서 서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이 때에 사랑의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그리스도로 보고 사랑하려면 구체적인 대안을 내세워야만 하지 않았을까? 부정을 일소하라는 규탄만 하는것으로는 서민들의 생활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로 협동하여 푼돈을 꾸준히 절약하여 상부상조하는 운동으로서 가난을 극복할수 있지 않을까?
조합원들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책임을 이행하며 권리를 찾고 임원선거때는 공명선거를 하는 것은 참된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신용조합원들만이 여러해 동안 사회복지운동을 했다고는 볼수 없다. 지금도 남모르게 조국을 위하여 기구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신자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10년 이상이나 서로 돕기 위하여 단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운동은 희귀하다고 본다. 보다 큰 위력을 갖고 사회악을 제거하는 일만이 적극적이며 희망적이라고 하는 젊은이가 있다. 뇌물이나 협박에 의해서 심적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교육을 먼저 실시하여 선거시에 깨끗한 한표를 던지게 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는 말은 너무 소극적이고 요원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기둥을 단번에 넘어뜨리는 날을 기다리느라고 어제와 오늘은 쉬고있다는 것이다.
적은 일을 영구히 하는사람이나 큰 일을 드물게 하는 사람이나 다 잘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어느편이 더욱 큰사랑의 증거이며 더욱 크리스찬적인가? 적극성은 물량보다는 실천적이고 영구적인 정신이 아닌가? 크리스찬 사랑의 실천이 표면상으로 적게 보인다고 해서 소극적일수 있는가? 보리떡 다섯개가 그리스도에게 바쳐졌을때 수천명을 먹게 할 수 있었지 않았는가? 시민들이 푼돈을 모아 서로 빌려쓰게 하는 운동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하여 지속됨으로써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에 신용조합은 사랑의 실천이고 희망적인 생활교육이며 교회의 긍정적인 사회참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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