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제1074호에서「교회사는 푸대접 받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예비자의 교리교육 과정에서 교회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음을 보도한 바가 있다.
우리 한국 교회는 교리교육의 쇄신을 위하여 썩 많이 노력해왔으나 사실인즉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직 교리교육 담당자들은 전과 다름이 없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 교리서를 출발점으로 하는 해설을 전개하여 지적으로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교리의 지적 주입이 충분히 달성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누구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주제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성직자성성에서 발표한「교리교육에 관한 일반지도서」에 의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올바르게 적응하도록 요구하는 교리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해지고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구원의 신비」의 역사적 성격을 교회 공동체의 증거를 통해서 밝히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교회를 세계내의 말씀의 끊임없는 현존이며 신약의 하느님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귐을 실현하는 곳이라고 볼 때 교회사는 궁극적 의미에서 역사 경험적인 교회의 생명에 구세사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구세사 안에 포함되어 서로 두터운 친밀 관계를 맺게 된다.
하느님 백성의 생활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의 역사는 기실 바로 그것이 교회사의 한 부분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사를 바로 구세사라고 말한다고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교리교육서가 교리교육에 관한 일반지도서에서 지침의 방향을 제시하듯 그리스도론이 중심이 된 종말론적 구세사의 지향을 떠날 수 없다고 볼진대 교회사적 차원이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다루어져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한 제2차「바티깐」공의회의「사제의성에 관한 교령」제16절에서「교회사를 일반 교회사와 연결시켜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도록 정리되어야 하겠다」고 선언한 기본 정신으로 비추어 보더라도 교리교육에 있어서 교회사를 어느 위치이든간에 갖다 놓아야 한다. 더욱 사제의성 교령 제14절에서「그리스도의 신비야말로 인류의 전체 역사 속에 흐르고 있어 교회에 끊임없는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면서「학생들에게 그리스도의 신비를 점차로 명백히 이해시켜야 하겠다」고 말하듯이 교리교육에 있어서도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점차적으로 예비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교회사를 가르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한국 교회는 우리 민족의 자발적인 교회 설립과 이후의 순교사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면서도 교리교육의 교회사적 차원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요사이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 역사의식이 높아져 교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커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면 할수록 교리교육 과정에서 교회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선교적 장황을 똑바로 볼수록 답답하기만 한다.
본보가 보도하듯이 예비자 교육 과정에서 교회사를 제대로 듣지 못한 예비자들은 신자가 된 후 일반적으로 압도되어오는 순교사를 이해하는 데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목적 현황을 말없이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떻든간에 한국 교회 공동체에 신앙적 역사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 현실적으로 신앙생활을 영위하며 구원을 희구한 역사를 오늘의 교회가 현대인인 오늘의 예비자에게 알려야 하겠다.
그리하여 예비자인 그들에게 자기가 소속하려는 공동체의 역사를 알리는 것은 사귐의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사귐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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