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86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가능할 경우 대리 인질이 되겠다-서독의 루프트한자 항공 여객기가 4인조 게릴라에 의해 납치되어온 세계가 우려와 분노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교황 바오로 6세는 이 같은 극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바오로 6세는『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을 동정과 크나큰 슬픔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납치범들에게「잔인한 행위」를 중지하도록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는 저「아우슈비츠」죽음의 수용소에서 대리 죽음을 자청한 막시밀리안ㆍ콜베 신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아우슈비츠」수용소는 수인(囚人) 1명이 탈옥하면 연대 책임을 물어 동료 10명을 굶겨서 죽이는 아사형(餓死刑)에 처했다. 여기서 콜베 신부는 처자를 거느린 평신자를 대신하여 대리 죽음을 자청한 수용소의 비인도적 공포 속에서 사랑의 극치를 실현한 콜베 신부의 얘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바오로 6세의 제안은 제안에 그쳤지만 그 정신만은 콜베 신부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것은 바로 속죄양(贖罪羊)이 되어 처참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리진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바오로 6세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이 권위와 체통에 금이 가게 한 것 같은 인상을 받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분은「바티깐」의 국가 원수인 황(皇)이기 이전에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교종(敎宗)」이다. 그리스도를 따라 인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당신을 대속물(代贖物)로 바칠 수 있는「종중의 종 주교 바오로」인것이다. ▲바오로 6세가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해서 폭력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난무하고 있다. 권력과 돈을 잡기 위해 또 폭력을 동원한다. 원한에 사로잡혀 원한을 풀기 위해 폭력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오로 6세의 제안과 외침이 중단될 수는 없다.
그러한 행동의 중단은 곧 의무와 사명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제안」은 폭력에 대항하는 크리스찬의 정신과 길을 극적으로 제시한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인간애(人間愛)의 정신이요 길이다.「주님의 만찬이 거행되고 인간애가 창조되는 거기에 교회외 사명이 달성된다」주님의 만찬만 거행되는 교회는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인간애가 동시에 창조되는 교회라야「구원의 성사」가 되는 교회인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