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단은 지난 2월 28일 주교회의 춘계총회를 마치고「교회의 사회참여」에 관하여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는 과거 여러차례의 메시지에 비해서 때가 때인만큼 교회 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메시지의 서두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지학순 주교를 위시한 구속인사들의 석방을 계기로 교회가 공식적으로 사회참여에 관해서 현재까지의 사실을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자세를 정립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메시지는 시기적으로도 적시적인 발표이었다. 메시지가 밝힌 행동지침으로서는 네 가지로 나누었는바 ①은 교회가 고통받는 이들과 인권보장과 사회정의구현을 위하여 계속 열심히 기도할 것을 다짐하면서 동시에 그 기도는 복음적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을 당부하였다. ②는 부정부패, 사회부조리, 인권유린 등을 고발하는 발언권은 계속 행사 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는 교회가 정치적 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교회 본유의 사명에서 기인됨을 명백히 하였다. 또 이어서 교회는 과거에 유야무야하던 정의평화위원회를 공식기구로 강화하여 교회의 사회참여 문제를 권위있게 하려는 의도를 제시하였다. ③은위의 사회 내지 정치적 참여에 있어서 교회는 외부의 정치세력과 제휴하는 일이 없고 모든 정치세력에 초연하는 입장을 취해야하겠음을 경계하였다. 이는 이른바 정교분난의 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큰도움이 되었다. 즉 정치와 종교는구별되어야 하겠지만 분리될 수는 없는 것이고 다만 정권과는 확실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함의성 있게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④는 일반신자들의 정치적 활동에 관하여 그들의 정치단체의 선택과 활동의 자유에 대해서 전적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교회의 공식기구로서의 평신자 단체가 특정 정치단체에 가담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상의 사대지침은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면에서 환영할만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첫째는 교회가 현시국에 있어서 현실참여의 자세에 대해 우금 수개월간의 격동기에 뚜렷한 사목지침이 제시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하여 주교단ㆍ사제단ㆍ수도자단 및 평신도단에 이르기까지 다소의 의견의 불일치가 있는것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메시지는 그러한 우려를 완전히 일소하고 교회의 정정당당한 대사회 자세를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서 안으로는 교회안의 일치가 과시되었고 밖으로는 외부사회가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가졌던 의념 내지 오해를 해소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 수개월 동안의 천주교회의 활발한 현실참여는 사실 한국의 정치사ㆍ교회사상 획기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금번의 주교단 메시지가 한국사회의 각계 각층에 지대한 관심과 반심을 야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회의 메시지에 대해 전국의 매스콤이 총동원되어 대대적으로 보도와 동시에 각양각색으로 논평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외교사회가 교회의 일거일동에 지극히 민감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인식시켜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평가는 교회가 표시한 진의를 명학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혹은 몇마디의 어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등의 견해차이가 산견되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그러나 대체적으로 교회의 큰 뜻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환영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실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또 둘째로는 교회안의 성직자나 평신도간에 사회의 현실참여 문제에 관해서 상당한 견해의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이번의 메시지로써 교회의 사회참여의 대원칙을 명시하여 적극적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종래의 의견차이를 일치시킨점이 커다란 성과이다.
그리고 그 참여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복음적 방법이란 명확한 표준을 내세우고 그 구체적 행동에 있어서는 교회의 공식기구인「정의평화위원회」의 적극적 지도에 따르도록 하였음은 앞날의 교회안의 일치를 위해 크게 기대되는 바이다.
끝으로 부언하고자 하는것은 이러한 대사회 참여와 교회안의 일치문제는 무엇보다도「대화」의 길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안에서도 지난날에 성직자 상호간이나 신도상호사이에 좀 더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또 대외적으로도 정부 측에서 폭넓은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이 마당에 정부나 교회가 좀 더 대국적 입장에서 서로 아량을 보이는 깊고ㆍ넓고ㆍ높은 대화의 길이 열려졌으면 하는 염원이 간절하다. 그러나 교회가 행하는 대화는 어디까지나 사랑안에서 진리를 찾는 사도 바오로의 대원칙(에페소4ㆍ15)에 굳게 입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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