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인간적인 동시에 신적(神的)이요, 볼 수 있는 면을 갖추었으면서도 또한 볼 수 없는 면을 지니고 있고, 활동에 열렬하면서도 관상에 전심하고 현세에 있으면서도 순례의 도중에 있는 존재이다(전례헌장).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가는 순례의 도정에서 그 순례하는 삶을 더욱 뜻 깊게 하기 위하여 신도들은 교회의 특별한 사건과 관계되는 지상(地上)의 기념지(紀念地)를 순례한다. 지상의 교회에 속한신도들의 순례행위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다가 먼저 간 선인(先人)들의 자취를 구체적으로 본받고자 하는 결심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 순례의 행위는 그리스도적 삶의 현장에서 열렬한 활동의 힘을 얻기 위해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그리스도를 따랐던 사람들의 결단을 음미하는 계기인 것이다.
이로써 신도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향한 순례하는 삶의 의미를 더욱 구체적으로 깨닫고 순례의 여정에서 새로운 힘과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신도생활에서 성지순례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해마다 순교자성월을 전후하여 순교사적지를 비롯한 박해시대의 교회사와 관계 깊은 지역들을 순례한다.
또한 이 순례행사가 각 본당이나 단체의 연중계획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가고 있다.
교회에서 순교사적지 등을 순례하는 까닭은 순례가 지향하는 일반적인 목적 이외에도 신도 상호간의 화합을 다진다는 부차적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례행사에는 흔히 여흥이 따르게 마련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점은 순례의 참다운 목적이 순교자의 삶을 따름으로써. 이미 순교한 그들과 우리와의 일체감을 다져 신도들의 삶을 증거 하는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인 것이다. 따라서 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행사에서는 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친목을 다지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순례의 목적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목적 차원에서 순례의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모범적인 시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각 본당이나 단체의 성지순례는 본 궤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므로. 이에 관한 깊은 관심을 촉구한다.
한편, 교회사학계에서는 우리 교회의 공동자산인 순교지를 비롯한 한국교회사의 사적지를 밝히고 확정하는 작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순교지의 역사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그 순교지와 관련도니 인물들의 성덕(聖德)을 밝히는 작업은 교회사학계에서 담당해야 할 과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에서는 이 과업을 추진하는 데에 대해서도 깊은 배려가 따라야할 것이다. 그리고 순교지를 비롯한 교회사적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이곳들의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
「성지」에 관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성지순례」는 순례하는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그러므로 순교자 성월에 이 문제에 관한 깊은 생각과 특별한 배려를 거듭 촉구하고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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