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몇 밤만 자면 학교에 가서 1학년이 되는거야?』
조그만 나이에 아래로 두 동생을 두어 제법 언니답고 누나다운 신입생 후보 여덟살짜리 숙이의 이러한 물음이 2월달부터는 훨씬 잦아졌고 3월 5일 입학일을 앞두고는 매일처럼 손가락을 접으며 학생이 되는 날을 기다려왔다.
연필을 예쁘게 깎아넣고 그 머리맡에 고무를 얹은 필통이며 국어 산수공책들이 나란히 누운 책가방을 집안에서도 노상 들고 다니던 우리집 숙이.
『엄마 나 얼른 학교에 갔음 좋겠네』
하루에도 몇번이고 되풀이하더니 어느새 입학식을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워낙 성격이 수줍어하던 숙이라 엄마는 어쩌나 싶었는데 고만고만한 제 또래속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예쁘게 노래하고 유희도 하며 방긋거리는 모습을 볼 때 대견스럽기 짝이없다.
하기야 엄마의 무리한 욕심은 전혀 없었는데도 제 이름 석자부터 시작해서 거기 받침을 붙히고 이리저리 단어를 만들어 혼자서 더듬더듬 배워익힌 한줄이 이제는 대단하다. 아빠가 사다준 동화책도 제법 띄엄띄엄 읽어내리는 숙이. 선생님은 물론 이웃 아주머니들까지도 칭찬이 대단하다.
『아유 우리집 영희는 제 이름도 못쓰는데 숙이는 벌써 동화책도 제법 읽네』이런 칭찬을 들을때 정말 엄마로서 한없이 기쁘지만 이 엄마의 기대는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라는데에 있지않다. 어느 과목 하나에 물론 월등하게 뛰어난 소질이 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런것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서서이 알려진다면 부모로서 뒷받침은 해야하겠다고 생각은 하고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가정과 동네골목으로만 좁혀져있던 숙이의 생활권이 학교로 이어져 폭 넓은 배움과 친밀한 우애속에서 건강하고 착하고 성실한 생활태도를 몸에 익히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이제 시작되는 배움의 길 그 길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에 무한한 축복을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께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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