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와 저능아들과 생활한 지도 3년이 가까와온다.
자랄 때 동생 하나 없었던 나.
더구나 가장 볼품 없고 매력 없는 이들. 난 이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발견하려 무진 애썼다. 몇 번이나 이사야 53장을 읽어보면서…하지만 난 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대해 종종 생각이 나곤 한다. 영신적으로뿐 아니라 육신적으로 그들의 손과 발과 눈과 입이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맹아 또는 농아 심한 간질 정신 이상 하체마비 밥을 먹여 주어도 온 몸을 뒤틀어 반 이상은 다 흘러버리는 아이 등등.
아무튼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난 어떻게 이들을 일일이 보살펴주어야 할 것인가 생각하던 중 착한 일을 하자는 모임 아래 저능아들을 모아놓고 몸을 건강하지만 지능이 모자라는 아이와 머리는 괜찮으나 몸이 불구인 아이와 한짝 약한 아이와 강한 아이 모두 둘씩 짝을 정해 주었다. 다리를 못 쓰는 강미까지도 자기는 아이들 머리 빗기는 일을 맡겠으니 머리를 박박 깎지 말고 예쁘게 길러 달라고 제언을 한다. 우리가 오기 전 아이들이 머리를 간수하지 못해 이가 생겨서 무조건 머리를 남자처럼 깎아주었다는 것이다. 난 웃음을 참지 못했으나 그대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들은 놀랄 정도로 서로 잘 돌보았다. 8살짜리 영미까지도 15세도 넘는 현승이의 이빨을 닦아주고 변소에도 데리고 간다. 양치물도 모두 먹어 버린다고 소리를 꽥 지르며…
영자 등에 업혀 긴 빗자루로 방을 쓸어내는 진숙이 그릇째 들고 밥을 마셔 버리는 희야의 밥을 먹여주는 지은이, 정말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지만 그들에겐 무엇보다 활동이 필요하며 이것이야말로 하나의 신비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걷지도 못하고 매일 누워만 있어 욕창으로 궁둥이가 썩어 들어가던 행숙이도 이제 걷게 되었고 항상 방 안에 옹크리고 앉아 변기에 소ㆍ대변을 보던 진영이도 자기의 짝 등에 업혀 매일아침 학교에를 간다. 이들을 쓰레기처럼 단속해서 한 곳에 모아놓지만 말고 사회에서 또는 국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하는 아쉬움과 앞으로 더 이상 장애를 입은 그들이 늘어나지 않길 간절히 애원하는 나의 마음엔 웬지 서글픔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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