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사람들이다 그러하듯 나도 남들보다는 더했으면 더했지 적지 않은 생과 종교적 방황에 수많은 날들을 헤매다 입교하게 되었다. 신자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난 항상 신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신이 만들어준 피조물과의 관계에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완전을 기대했었다. 그러면서 난 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다.『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겠습니까만 만일 받아들이신다면 지금은 제 죄를 눈 감아 주십시요. 정말 하느님이 만드신 인간과 세상사에 절망하는 날 저는 두 손 털고 오직 당신께만 돌아가겠습니다』하고. 하지만 막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인생의 허무와 맞닿게 되었을 때 자신은 마음을 새로 가다듬지도 않고 누군가와 같이 갔던 천주교 묘지의 안락함에 정신을 편히 쉴 생각으로『어서 신자가 되어 나도 저곳에 눕자』라는, 누가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교리를 배우게 되었다. 자살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몇 달간을 교리반에 나가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생에 너무 피로해 있었으니까. 그러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고 다시 교리반에 들게 해주시고 나는 천주님의 자녀가 되었다.
김루치아라는 본명을 가지게 되기까지, 신앙인이 되기까지는 몇 년이라는 세월을 교회 주위만을 맴돌았고 솔직히 자신은 현실 생활의 도피처로 신앙을 택했었다. 하지만 신앙인의 생활이란 생각보다는 힘들었고 일찍부터 인생의 허무를 뼈저리게 체험했던 자신에게는 오히려 자신에게 부과되는 타인에의 봉사가 보람된 나날이 되었으며 자신의 참 모습은 이 길을 원해 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바람보다는 찬미의 기도가 더 많게 되었다. 난 아직도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파스칼의「내기」란 글을 들려주고 싶다.
-신이 있다는 쪽에다 내기를 건다면 나는 신을 믿고 희망적인 충실한 일생을 보낼 수가 있을 것이다. 비록 실제로는 신이 없다 해도 나는 아무 것도 잃지 않는다. 도리어 알찬 인생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신이 없다는 나 같은 인간은 아마 타락하게 되고 되는 대로 살아가고 가치 없는 쾌락에 잠기며 일생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신이 사실은 있다고 한다면 한 번도 신을 믿지 않은 나는 어떻게 신 앞에 나갈 수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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