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생물로서 행복하고 생물로서 화를 내고 생물로서 야심을 가지며 생물로서 종교적이고 또 생물로서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중국 태생의 저술가이며 세계적 석학인 임어당의 수상집「생활의 발견」속에 있는 글이다. 이 말은 말하자면 사람은「생물로서」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며 따라서 이「생물적임」을 거부하는 모든 것은 곧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것을 뜻한다는 그의 생각을 나타낸 것이다. 그의 글을 좀 더 읽어보면 사람의「생물적」임은 인간이란 태어났을 때 먹고 결혼해서는 또 아이를 낳는다고 하는 아주 자연스런 사실로 설명이 된다. 그리고 결국 여기서 임어당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어떠한 문명도 자녀를 갖는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따라서 그 이유야 어디에 있거나 남녀가 자녀를 갖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람들은 자녀를 갖는 임어당이 말한 소위「생물적 임무」를 점차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어느 의학 잡지에는「자녀를 거부하는 부부들」이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이 실린 적이 있다.
이 논문에 보면 1975년 현재 미국에는 30세 이하 부인의 32%가 아직 아이가 없는 상태인데 이것은 1970년의 27%나 1960년의 20%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는 병적 불임 상태의 부인이 6~7% 정도가 포함되며 또 갓 결혼한 부인도 있지만 무자녀 부부의 수적 증가는 결국 자녀 갖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의 증가로 봐서 틀리지가 않다.
또 실제로 젊은 연령층에 대한 조사에서 결혼 후에도 자녀없이 지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지적되곤 한다.
예컨데 무자녀 부인들 가운데 5%는 평생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한 점이라든지 여고생이나 여자 대학생의 16%가 결혼 후에도 계속 아이없이 살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보이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것들이 얘기꺼리가 될 정도는 아니다.
좀 다른 목적으로 조사된 것이긴 하지만 1971년 전국 출산력(出産力) 조사에서 30세 이하 부인의 단 15%가 아직 자녀가 없는 상태일 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신혼이거나 병적으로 불임상태인 경우를 빼면 의도적으로 자녀를 안 갖는 부인은 극히 드물 것으로 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 가족 경향과 함께 자녀를 아주 적게 또는 자녀없이 지내려는 부부들이 늘고 있으리라고도 예상할 수가 있었다.
예컨데 전에는「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보통은 자식 없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 아니면 자식들로 속을 썩일 때만 쓰이곤 했지만 요즘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 변화, 그리고 대체로 생활 속에 느끼는 자녀에 대한 경제적 가치의 변호 등으로 이 말은 차차 그 의미를 더해가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생물학적인 점과 문명 사이에는 참으로 일치하기 어려운 많은 점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다만 분명한 것은 만일 인간이 무엇엔가 기억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이 인간의 생물적인 점만은 절대 아니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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