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크리스찬은 부활절을 맞이하여 진심으로 서로 축복을 나눈다. 각기 분수대로 절제와 희생을 치르면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반성하던 40일간의 수난주간도 지나갔다. 새 봄을 맞이한 대지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온통 만물이 소생하는 느낌을 갖게하는 때이기도 하다.
참으로 하느님의 섭리안에서 생명을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은 부활하지 않는것이 없다. 화창한 봄은 춥고 음울했던 겨울로부터 온다. 나무가지에서 새로이 움트는 잎은 이미 잎이 죽어서 떨어진 자리로부터 솟아난다. 우리가 가책에 못이겨 일어서며 외치는 정의는 이미 죽어버렸던 양심의 과오로부터 솟구쳐 나온것이다. 이 모두는 부활의 원리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볼 때 부활은 우리의 부단한 희망이며 생존의 보람이다. 그리스도의 부활도 큰뜻에 있어서 이와같은 희망과 보람에 일치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절을 기쁨의 축제로서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가 잔치기분에 들뜨는 것만으로써 부활절을 바르게 맞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채색한 달걀을 나누면서 축복의 인사를 교환하는 것만으로써 부활절을 잘지냈다고 할 수 있을까.
부활절에 대비하는 수난주간 동안 우리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의 수난을 묵상하며 각기 절제와 희생으로 재계를 지켰다. 그리스도의 수난이 맹목적인 것이거나 자기수양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인류를 구원하기위한 사랑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재계도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에 입각함으로써 그 뜻을 지닐수있다. 수난주간의 의미는 결코 고행수도에 있는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동안 절식하고 금식한 것 만큼의 음식이 가난한 이웃에게 돌아가야 하며, 우리가 삼가하고 아끼던 즐거움이 고통받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로써 전해져야 했다.
그리고 이제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마치 1년중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장기휴가에나 들어선것 같이 긴장을 풀고 해이해지는 경향은 없는지 계속 반성해야 될것이다.
부활절을 통하여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영성생활의 쇄신이며 양심의 회복이며 따라서 인간회부이어야 한다. 크리스찬 각자는 먼저 인간회복을 성취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건강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나서 그리스도가 우리에게『여러분은 서로 사랑하시오』하신 가르침을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나를 완성하고 남을 사랑하는 크리스찬의 의무가 부활절을 고비로 휴식에 들어갈수는 없는것이다. 오히려 부활절에서 활력을 공급받아 1년중 남은 기간을 더욱 왕성한 신앙생활로 일관하게 되도록 힘써야 할것이다.
부활은 나 개인 안에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크리스찬의 부활은 곧 사회에로 전해져서 세상을 부활시켜야 한다. 이것을 현실적으로 다시 말하면「사회의 인간화」이며 사랑에 의한 세계의 쇄신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밝고 따뜻한 부활의 기쁨을 모르고 음산하고 어두운 고통의 시간속에 처해있다.
이 고통이 먹구름처럼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는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먹구름이 걷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와같은 현실은 그동안 우리 크리스찬들이 자기안에 진정한 부활을 성취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회에 부활의 빛을 부어넣지 못했다는 뜻이 되기도 하는것이다. 혹 어떤 이들은 크리스찬으로서의 부단한 의무감에서 해이해져 우리사회의 현실을 외면하고 지내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1975년 봄의 천주교 주교단 메시지의 정신을 따라야 하겠다.
『고통받은 이들과 인권보장과 사회정의구현을 위해 우리는 계속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부정부패 사회부조리 인권유린 등을 고발하는 교회의 발언권은 계속 행사되어야 합니다. 고통받은 형제들을 도와주며 사회질서를 개선하는 교회의 사명 수행은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제휴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겠습니다』이와같은 주교단의 결의에 부응하여 우리사회를 자유롭고 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세상과 나누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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