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우리 석이의 가입학 날이다.
「머리를 예쁘게 깎아주어야지 뒷머리만 깍을까 아니야 앞머리까지 말끔히 깍아야지」광속에 넣어 두었던 나무의자를 갖다놓고 석이를 앉혔다. 『석아 엄마를 똑바로 쳐다봐. 옳지 됐어. 가만히 있어야지 머리를 흔들면 아파요』석이를 달래며 뒷머리부터 기계로 깎기 시작했다.
물수건으로 머리에 물을 묻히고 빗으로 빗어내리며 가위질을 했다.
그리고 비눗솔로 하얗게 비눗물을 묻혀 면도할 곳에 칠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면도칼로 앞면도를 깜끔하게 해줬다.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기고 빗으로 빗어놓으니 일류이발소에서 깍은 것보다 더 훌륭해보였다.
거울을 비쳐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석이는『엄마 영길이보다 더 예쁘게 깍아졌네 야 우리 엄마 최고다』하는 석이를 바라보며 일년전 일을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가까운 곳에 이발소가 없어 2km가 넘는 곳으로 이발을 하러가려면 무척 번거로왔고 또한 아빠를 비롯하여 네 식구의 이발료만해도 한달에 5백여 원이 나가는것이다.
그래서 아빠에게 말씀드려 머리깍는 기계와 면도칼을 사다놓았다.
처음에 내가 아빠의 머리를 깎을 때는 깎는 것이 아니라 생머리를 뽑는다면서 야단을 하고 이발소로 뛰어가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후로 나는 이발기술에 신경을 써 이젠 아빠도 칭찬을 하시며 동네어린이들도 나한테 와서 이발을 한다. 오늘깎은 석이의 머리는 내가 보아도 정말 멋있게 깎았다. 나는 이제 면허없는 일류 이발사가 된 기분이다.
돈의 절약이나 2km를 왕래해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는 실리적인 효과보다도 더 큰 기쁨을 느껴본다.
역시 노력해본다는 것은 기쁨으로 통하는 길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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