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듯 가까운 듯
시각은 정한 일 없어도
만나기로 약속된 손님
도리질 해도
촌수를 따지면
죽음-내 사촌
땅 위의 기도며 열망이 번지는
지표파(地表波)가
불꽃 튕기는 하늘 기스락
한없이 뻗어간 초원에
다하지 못한 삶!
그 아무리 바둥거리고
숨차게 뛰어다닌들
구천(九天) 위의 전류가 흘러와 고인
축전지를 어루만지고,
스스로 변압기가 되기도 하며
충전과 방전 되풀이로
날을 보내다가
힘에 겨운 일터를 풀려나오면
문 밖에서 팔 벌리는 피곤이
어깨동무, 나와 동행한다.
하늘이 눈부셔
하늘이 너무 멀어
발등에 눈을 박고
조심조심 들어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이국소녀들의 귀에선 노래가
퍼뜩 나를 깨운다.
아파트 지붕에 어둠 내리며
길목에 가로등이 켜지면
보헤미안은
주섬주섬
긴 여행 떠날 채비를 한다
(카나다 토론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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