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직업 치고 의사만큼 사람들의 화제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의사들이 모든 사람의 가장 일상적인「건강」에 관한 일을 하고 있대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그 일상적인 건강에 관해서 일반 사람들이 별로 알고 있지를 못하기 때문에 더욱 의사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까닭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신문이나 라디오 같은「매스콤」에서도 심심찮게 의사 얘기와 또 의사들의 하는 일을 기사로 취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심지어 미국 같은 데서는「텔레비전」프로그램이 의사 얘기나 경찰 얘기(범죄 얘기)를 빼면 아무 것도 없다고 할 만큼 의사 얘기 병원 얘기가 많다.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은 솔직히 말해서 많은 사람에게 인기도 있고 또 실제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이것은 특히 해마다 치열한 의과대학 입시 경쟁이나 딸 가진 많은 부모들에게 의사가 사윗감으로 높은 인기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 의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이런 면보다는 차라리 의사의 부정적인 면에 더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의사들의 잘못을 끄집어내어 말하는 것이 화제를 이룬 적이 더욱 더 많은 것 같다.
예컨데 어떤 병원이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든지 어떤 회사가 잘못해서 사람을 죽였다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돈을 잘 번다든지 등에 관한 얘기들이다.
이번 달에 나온 어느 월간 잡지는 의사가 온통 환자를 속여서 돈만 벌려고 한다는 투의 글을 어느 소설가를 통해 무려 일곱 페이지씩이나 싣고 있다.
또 요즘 어느 일간지에 연재되고 있는 <의사>라는 제목의 기획물에도 실상은 의사의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이 취급되고 있다.
그러니까 의사라는 직업은 내심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또 선망을 하면서도 그 일을 하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서만은 어느 쪽이냐 하면 외면상 상당히 저항감을 보이는 그런 직업이 되고 있다.
대체로 일반 사람들은 이런 비난과 저항감이 의사들로 하여금 희생만 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거나 또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만 그 비난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거기 상당한 모순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의사는 누구한테나 친절해야 하고 돈은 받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받고 또 24시간 진료실을 지키고 앉아 어느 때고 환자가 찾으면 있어야 하고 또 어느 산골짝에라도 사람이 사는 곳엔 의사가 꼭 있어 주어야 그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나하나 따져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나는 물론 이렇게 씀으로써 의사들의 입장을 철저히 변호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태도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하려는 것에 더 큰 의도가 있다.
가령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이 안 하는 것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비난한다는 것은 결코 옳지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러므로 의사들도 그들의 행위를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도 포함한다.
그것은 마치 돌로 치려는 군중들로부터 예수님이 구해준 간음한 여자가 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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