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의 날에 즈음하여 한국 교회의 평신도의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반성해 보고자 한다. 한국 교회는 선교된 지 이미 2백년의 세월이 흘렀고 신도 수에 있어서도 이미 백만을 넘어서 그 선교의 신장도에 있어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앞선 나라에 속한다. 필리핀을 제외한 아시아 10여국 중에서 인구 대 신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란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는 우리 평신도 스스로의 도입에 의한 선교가 시작되었다는 선교사상 유례가 없는 역사를 갖고 있다. 또 오늘날 아시아 선교지역 안에서 한국 교회가 선교 면에서나 각종 사도적 활동 면에서 가장 활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이 한국 교회는 이제 연륜 면에서나 역량 면에서나 성장 단계에 이르렀다고 자부할 만한 시기에 도달했다.
이러한 견지에서 오늘의 한국 평신도가 지녀야 할 위치와 자세에 대해서 몇 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평신도의 자율성
한국 교회의 평신도는 그 수에 있어서도 1백만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질에 있어서도 상당한 급상승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신도들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성년기에 이를 만한 때가 되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어린이 때에는 어린이처럼 말하고 행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어른답게 행해야 할 것이다. 2백년 전 외국 선교사에 의해 전수되었을 때에는 어린이의 시기였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기나긴 역사를 걸어왔다. 이제는 젖 먹던 유아기를 벗어나서 자립자행하는 성년기의 구실을 해야 한다.
오늘까지 신도들은 교회란 어머니의 품 안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포유의 기간을 가졌다. 신도들은 영적 생활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성직자들에게 의지하고 지도를 받아야만 움직이는 피동적이고 의존적인 자세로 길러져 왔다. 즉 스스로 일을 스스로가 결정하는 자율성이 결핍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늘의 현대 사회는 변화가 격심하고 성숙기가 신속화되고 자치욕구가 왕성한 인격적 성장이 갈망되는 시대에 있어서 교회 안의 신도들 구태의연하게 신앙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교회의 지도의 보호 하에 두고 하는 것을 과잉보호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자녀인 신도들은 그들의 성장과 성숙에 오히려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모름지기 성직자 측에서는 평신도들에게 신앙의 근본 원리에 대한 교육을 폭 넓게 제시한 후에는 구체적 세칙에 대해서는 신도들의 양심에 의한 인격적 자율성에 신뢰하고 맡겨 주어야 하겠다. 또 신도 측에서도 과거의 매사 성직자 의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복음정신과 자기의 양심에 의해 자기의 현실 문제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생활 자세로 바꾸어 나가야 하겠다.
2、평신도의 협조성
한국 교회의 신도들은 교회 밖으로부터 흔히 개인주의적 경항이 많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이는 신도들이 자기구령에 급급한 나머지 타인을 도와주는 데 소홀한 점이 많다는 것의 증거이다. 특히 신도들은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심과 의존심은 많으나 그들에 대한 협조심은 부족한 것 같다. 성직과 평신도의 직분 관계를 떠나서 보다 인간적인 협조 관계가 더욱 요청되고 있다. 그 외에 신도 상호간이나 각종 활동 단체 상호간에서도 너무나 개별주의 그룹 주의에 빠지지 말고 보다 폭 넓은 협조성이 발휘되었으면 한다.
3、평신도의 창의성
한국 교회의 평신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창의성의 결여에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이것은 결국 전술한 바 자율성의 부족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신도들이 오랫동안 교회 일이나 신앙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무조건 성직자의 지도에 의존하려고 하던 타성 때문에 각자가 갖고 있는 창조성을 전연 발휘하지 못하고 만다.
무한한 창조주의 모습대로 된 인간은 한없는 창조성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계발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우리 신도들은 교회의 과잉보호 하에서 해방되어 각기 나름대로 소유하고 있는 창의성을 무한대하게 발휘하여 각자가 맡은 사도직에 현실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과거의 전통 위주ㆍ습관 위주 배운 대로만 하는 안전제일주의에서 벗어나서 다소의 모험성을 포함한 창의성의 발로에 크게 눈 뜰 때가 왔다고 믿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