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난 2월 28일 주교단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 내용과 이의평가에 대해서는 이미 본란에서 다룬바 있었다. 그런데 그 메시지의 4개 행동 지침중 제2항에 해당되는 정의평화위원회가 재발족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다시한번 이에대한 견해와 기대를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주교단 메시지의 해당부분을 보건데『②부정부패 사회부조리 인권유린 등을 고발하는 교회의 발언권은 계속 행사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정치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런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교황청과 각국 주교회의 안에 정의평화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은 이 공식기구에 가입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정치활동과 엄격히 구별되는 교회 고유의 사명을 다해야 하겠습니다』하고 천명되어 있어 교회의 대사회 참여의 근본자세를 밝히고 동시에 그러기위한 교회의 공식기구로서 정의평화 위원회를 강화할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곧 이어서 지난 3월22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정의평회위원회의 재발족 준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윤공희 대주교를 위시한 5인의 준비 실무진을 짜놓았다고 발표된바 있다.
어제까지도 한국 주교회의 산하에 정의평의원회가 있기는 하였으나 활동이 미미하여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던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근자에와서 전기한바와 같은 부정부패 각종 사회부조리 인권유린 등의 정치적 사회적 질서의 윤리적 판단이 요청되는 시급한 교회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만부득이 교회의 성직자ㆍ수도자 및 평신자의 일부층이 자의자율적으로 기도와 고발의 실천행동에 참여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교회는 뒤늦게나마 그러한 사실에 대한 교회의 공식견해를 밝히고 과거의 일을 추인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교회의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의 지침하에 통일성과 체계가 있게하려는 것이 전기주교단 메시지의 근본 취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위원회의 기구를 재조직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을 요하고 또 그 의의가 중대하기에 이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본 위원회의 사명이 인류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는데 교회로서의 최대의 기여를 하자는데 있는 것은 말할나위도 없다. 「로마」교황청에서도「정의와 평화」의 문제를 몇 해 동안의 시노드의 주제로 정하고 전세계교회의 캠페인을 전개해온 것을 보더라도 현대세계와 현대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정의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고 또 평화를 이룩하지 못하는 정의도 진정한 정의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교회가 정의와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서의 근본적이며 특미적인 방법은 오직 진리와 사랑안에서 이룩되어야 한다는점이다. 이런 자세에서 하는 것을 말해서 복음적 방법이라고 할것이다
모든 윤리적 판단과 지적 고발 경고 격려 등의 방법은 언제나 그것이 그리스도교적 진리에 입각되어야하고 또 그 진리ㆍ정의의 주장도 증오나 투쟁에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관용과 사랑의 정신에서 발출되어야 하겠다. 이런것들이 바로 교회밖의 세계 즉 정치ㆍ경제ㆍ일반사회인들의 주장ㆍ투쟁 등과는 판이하게 구분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
다음으로 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회와 사회와의 기본관계를 정립하는 막중한 사명을 수행하는 기구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교회가 이 문제의 비중을 인식하고 이 위원회의 지휘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가 직접 담당하도록 한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따라서 이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자의 각 층에서 특별한 견의과 지도력을 가진 인사를 망라해야 하겠고 또 광범위하게 회원을 포섭하여 실천면의 저변확대를 기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이때를 계기로 해서 교회가「바티깐」공의회의 정신에 입각한 사회참여의 문제에 대한 기본자세에 있어서 더욱 광범하게 일치의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하고 싶은 것은 일치는 획일과는 다르다는 것을 식별해야 하겠다. 정의평화 활동에 있어서도 구체적 실천방법에는 다양할 수 있다. 혹은 직선적 명시적일수도 있고 혹은 우회적 암시적일수도 있다.
그 방법의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자기류의 방법이 아니면 곧 그것은 반대편이라는 사고방식은 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는데에 커다란 손상을 끼치는 것임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끝으로 정의평화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본 위원회가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고 진리를 선포하는데 있어서 그것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방향으로가 아니고 거시적이고 전진적인 계도의 자세로서 권위있는 사회의 표식등 될 수 있는 기구가 되어주기를 촉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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