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 P시인한테서 요새「신으로부터의 도주」라는 책을 빌려다보고 있다. 저자는 막스ㆍ피카아드(Max pioard)라는 독일의 철학자이고 이 책이 처음나온 해는 1934년으로 돼있다.
철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는 이 철학자에 대해선 이이상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이 저자가 이 책에서 풍기는 깊은 시적 통찰력과 예언자적인 풍모로 해서 이 저자는 세인의 화려한 각광과는 인연이 먼<심묵의 세계>에 심_해들어가는 사상가가 아닌가하고 상상해볼 뿐이다.
어쨌거나 막스ㆍ피카아드에 의하면 현대는 한마디로 도주의 시대(물론 신으로부터의 도주)라는 것이다. 과거에는「신앙이 보편적인 것으로서 개인에 앞서서 존재」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선 과거에 신앙이 차지하고 있던 그 보통적인 위치에<도주>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이 들어 서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외부의 세계로서의 신앙의 세계는 파괴돼 버렸다. 따라서 개개인은 도주의 세계로부터 해방되려는 시시각각의 결단에 의해서 신앙을 자기 스스로가 다시 만들어 갖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가령 과거에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났다고 하자. 그러면 이 두 사람은 즉시 마치 형제처럼 친밀해질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이사람들의 배후에는 신앙 곧 사랑이 널리 퍼져 있으며 이것이 이들을 맺게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도 보편화된 도주현상 때문에 불신과 냉대가 오갈뿐이다.
오늘날은 말하자면<용서가 있어야 할 곳에 다툼이, 일치가 있어야 할 곳에 분열이, 신앙이 있어야 할 곳에 의혹이>도사리고 있는 시대라고 말할수가 있다. 일체의 가치의 기준도 과거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예돼있다. 오늘날 이 여건으로 해서 참된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무척 힘이 드는 일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위선 또는 위선자란 말은 요새는 전과 같이 자주 쓰이지는 않는것 같다. 악이 거의 보통화 하다시피한 오늘날엔 아무도 위선을 가장 할 필요가 없게 된 때문일 것이다. 위선이란 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선이 지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사회에선 선하지 못한 사람이 생존의 수단, 또는 허영으로서 위선을 택하게 되는것이리라.
오늘날엔 악덕한 수단으로 큰 돈을 번다거나 권력을 잡는다거나 하는 일이 오히려 악덕아닌 미덕으로, 잘난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성공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아무도 악의 노출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지경이돼 버린 것이다.
오히려 현대는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정도의 위악(실을 이 말이 아직은 사전에 나오지 않고 있다)이 강요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악이 버젓이 행세하는 사회에서 자기만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본의 아니게 악을 가장하곤(농담 한 마디라도)그것을 또 고해해야만 하는, 선량하긴 하지만 마음이 약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단언할수 있을까?
위선이건 위악이건 간에 이러한 심리적인 부담에서 초연하기 위해서는 우선 꿋꿋하면서도 탄력있는 개성(의지)부터 갖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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