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 도시인의 창백한 얼굴에 졸음기가 역역해진다. 운동부족에 춘곤이 겹쳐 하루종일 노곤하다는 사람이 많다. 봄을 타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비교적 영양이 좋다는 도시인들이 농어촌 사람들보다도 더욱 기를 못펴는 것 같다. 아침부터 붐비는 차량들이 내뿜는 배기가스와 소음 뿌연 스모그 속의 탁한 공기에 도시인의 짜증과 고달픔은 빌딩따라 높아가는듯 하다. 시간과 능률에 쫓겨 자연을 찾고싶은 심정은 순간순간 잊을 수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자연을 그리고있다. ▲도시속에 살면서도 하루 한때나마 자연에로의 귀거래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까운 산에 올라 왕복30분 내지 한시간동안 산책하며 가벼운 운동을 한다. 그러면서 하루일을 설계해보는 여유도 가진다. 조기 등산객은 남녀노소 다양하지만 건강을 한번쯤 잃어본 사람이 많으리라는 느낌은 어쩔수 없다. ▲그러나 고요한 새벽의 산책길에도 평화한 기분을 잡쳐버리는 변란(?)이 종종 발생한다. 무시무시하게 크고 사납게 생긴개가 오솔길에 나타나는 경우다. 제마다 상쾌한 기분으로 자유롭게 지체운동을하거나 다정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일시에 공포의 침묵속에 빠져들고 길을 비켜선다. 어쩌다가 개가「컹」하고 짖기라도 하면 모두가 질급하고 산 위의 평화와 자유와 대화 분위기는 완전히 깨지고 만다. ▲이런 변을 한두번 겪다보면 사납게 생긴 개를 데리고 산책오는 사람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갖지 않을수 없게된다. 어느 산책길 바위에는「개 모시고 산에 오는 아저씨 … 운운」하며 빈정대는 페인트글씨까지 있다. 하필이면 산책길에서 개 훈련을 한다고 많은 사람에게 공포감을 주어 하루의 시작을 망쳐버리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그러다간 주인에게 사나운 개가 호신해줘야 산책할 수 있는 습관이 생기거나 남들이 질겁하는데 쾌감을 느끼게 될 위험도 없지않다 ▲비단 산책길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이웃의 사정과 기분에는 아랑곳없이 자기의 취미와 자기의 입장만 살려 처사를 하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한다. 자기를 희생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너무나 아쉬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도 무서운 법때문에「개 모시고 …」하는 식으로 써붙일수도 없으니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