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과 9월 초에 한불수교 1백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파리 그레고리안성가단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서울과 지방에서 여러 번의 창미사와 음악발표회가 있었는데 첫 창미사(8월 26일 대전 대흥동성당)에 참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파리 그레고리안성가단은 구성원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신도일 뿐만 아니라 신심 또한 깊은 청장년들로 고도의 훈련을 쌓은 단체였다.
그들이 보여준 로마전례의 꽃과도 같은 라틴어 창 미사는 전례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감명과 교훈을 주었으므로 전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감을 피력하자고 한다.
이날의 미사는 「한국과 불란서의 모든 순교자를 위한미사 」로 봉헌되었다. 성가단은 사제단ㆍ복사단과 함께 2열로 지어 성인호칭기도를 노래하며 입장했다.
이어서 입당성가와「기리에」「글로리아」가 성가대 독창과 합창, 또는 사제와 성가대의 교창으로 무반주로 이어지는데 귀에 익은 라틴어 가사이기 때문에 과히 생소하지 않았다. 이어서 독서와 복음도 노래로 했는데 우리 사제단(경 주교님과 주임신부님)도 성가대 못지않게 라틴어 (그레고리안) 성가를 훌륭히 노래하신 것을 보고 감탄했다.
이날 미사에서 라틴어가 아닌 부분은「강론」뿐이었고 봉헌송과「쌍뚜스」는 물론이고 전례문도 성가대가 참여하지 않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아뉴스데이」와 영성체송에 이어 성가대가 성체를 먼저모시고 성체성가를 계속하는데 장시간의 노래에도 불구하고 피로한 기색도 없이 시종 낭낭한 음성으로 정성껏 노래하는 모습은 천사들의 그것 이었다. 마지막 퇴장성가는 순교자 찬가 (원제: 장하다 복자여-이문근 신부곡) 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합창을 시작했는데 우리 성가곡이 나오자 성가에 목말랐던 신자들이 개창을 목청껏 하는 바람에 그들이 이색적인 성가를 들을 수 없었음은 유감이었다.
또한 해설자 없는 미사가 조용히 진행되어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설자의 과잉 친절, 이를테면「앉으십시오」「일어서십시오」「봉헌성가는 성가집ㅇㅇ번입니다…」등등의 안내광고가 전례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으나 이날 미사에서는 일체의 해설이 없었지만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었다. 더욱이 해설자가 마이크에 대고 성가를 부를 때 성가대의 성가합창이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교회의 성음악발전방향이다. 강론에서 경주교수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로마식 그레고리안 성가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걸 맞는 전례의 토착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례의 토착화는 가톨릭성음악의 고유한 전통음악, 즉 라틴어 성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 2차 바티칸공회이후 공포된 「전례헌장」과「성 음악에 관한 훈령」에 서도 강조하였듯이 교회음악의 재보(그래고리안 성가와 다성 음악 등) 는 극진한 배려로 보존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이점은 가톨릭 성 음악이 개신교의 그것과 다른 점의 하나이다.
아무튼 이론적으로만 이해하던 라틴어 창 미사를 통파리그레고리안 성가단을 통하여 실제 접하고 보니 우리나라의 전례와 성가가 교회의외적인 발전에 발맞추어 발전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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