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사를 마치고 나오시던 할머니가 의미 있게 내 손을 꼬옥 쥐시면서『신부님도 되지요?』하시며 이 더운 날에 미사 드리고 강론하시는데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는 인사말씀에 나도 그냥 그렇다는 식으로 대답을 드렸더니 이 할머니 그것 보라는 듯이『그럼께 강론을 짧게 하시쇼!』하더니만 손을 한 번 더 크게 흔드시는 것이었다.
강론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신부님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마음이리라. 그러나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으니 답답하고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한번은 어떤 노인이『신부님의 강론은 하나도 안 졸려!』하시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가지고는『오늘 무슨 말씀이 그렇게 좋았나요.』하고 말씀 드렸더니,『나는 듣기만 했지 알지는 못 하라우!』하시면서 바쁘게 돌아서는 것이었다.
강론은 어렵지만 강론을 준비할 때의 그 두근거리는 기쁨은 준비해 보신 분들은 다 체험한다. 하나의 그리스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한주일 내내 몸부림치며 고생을 하는 열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나 그러나 그 내용이 감동을 주지 못 했을 땐 땅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강한 충동마저 느낀다.
어떤 보좌신부님의 얘기가 생각난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까 할머니가 반갑다고 볼드시며, 우리 보좌신부님이 제일 이쁘다면서 칭찬을 하시더란다. 그래서 그 신부님이 그렇게 이쁘냐고 할머니께 여쭤 보았더니,『강론이 짧아서 좋아!』하시면서 그렇게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셨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귀가 펑뚫리도록 시원스럽고도 감동적인 그리스도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노력을 해서 안 될 일은 없을 테지만 어쩌면 신부자신의 생각이나 신앙마저 앞뒤로 콱 막혀있기 때문에 신자들이 답답해하고 짜쯩스러워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여, 내 입을 열어주소서.
주여, 신자들의 귀도 열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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