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그 의식절차를 합리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시키기 위해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서 허례허식으로 보고 금지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청첩장 등 인쇄물에 의한 하객초청」과「기관ㆍ기업체ㆍ단체 또는 직장명의의 신문부고」다. 이것은 국민상호간의 위화감을 없애고 또 초청 받는 쪽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다음은「화환ㆍ화분 기타 유사한 장식물의 진열, 사용 또는 명의를 표시한 증여」가 금지된다. 이것은 허례를 막기 위해서도 또「답례품의 증여」나「굴건제복의 착용」「만장의 사용」「경조기간 중 주류 및 음식물의 접대」등이 금지된다. 이것들은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옛 부터 우리는 허식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종가 집에 부자 없고 딸 셋 가진 집안 기둥뿌리가 빠진다고 했다. 음식값, 술값 서로 내겠다고 다투는 모습은 이 땅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름다운 인심인가 허세인가. ▶아시아 경기도하고 국제회의도 많이 연다. 어떠한 큰 규모의 국제행사도 잘 치룰 수 있고 88올림픽도 문제없다고 한다. 요 몇 해 동안 얼마나 많은 국제행사가 치러지는지 마치 종가 집 제사 그칠 날 없는 것 같다. 세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대접할 작정인가, 국제적으로 청첩장을 남발하고 있다. 우리는 장소만 빌려주고 돈만 받는 국제 예식장업자인가. ▶허례허식에 치우친 가정의례가 가정빈곤의 원인이 된다면 허례허식에 치우친 국가행사는 국가빈곤의 원인이 된다. 국력과시도 좋고 국민들에게 긍지를 심어 주는 일도 좋다. 그러나 분수에 넘치는 낭비는 삼가자. 꼭 필요한 행사만 치루고 실속 있게 진행할 수는 없을까. 오는 손님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 보따리씩 선물을 주고, 기분 좋아라고 꽃으로 장식하고 관광시켜주고, 그래서 얻는 대가는「코리아 원더풀」한마디면 그만이다. 가정에서「가정의례준칙」이 필요하듯 우리나라에는「국가의례준칙」도필요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