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이나 헤아려 들어가던 카운트다운에서 마침내 해방됐다. 10일, 9일, 8일, 7일… 마치 시계초침 돌아가듯 D데이를 향해 몰아세우던 압박감에서 우린 겨우 헤어났다. 물론 「제10회 서울 아시아 경기대회」얘기다.
소주의 입장이라지만 경기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대두되는 속에서 마침내는 우리의 관문 김포공항에서 폭탄세례까지 받는 격랑 속에서 제10회 아시안게임은 막이 오른 것이다. 무고한 인명들이 졸지에 희생당한 후 막 오른 이번 대회는 참으로 값 비싼 댓가를 치른 대회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폭력에 대한 불안으로 조마조마해하고 차려놓은 잔치 상이 불 품 없다고 불평할까봐 역시 조바심쳤던 마음들도 개막식과 더불어 일단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TV를 통해 비쳐진 개막식장면도 모든 매스컴들이 격찬한 바와 같이 화려했고 조직적이었으며 세련된 무대였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관중들의 훌륭한 매너가 금상첨화였다는 말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상황과 개막식을 TV로나마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한 가지 우려하는 마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지나친 화려함이 바로 그것이다. 제반 준비과정이야 속속들이 알리 없지만 적어도 개막식 때 드러난 바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고」「최상」「최대」만을 추구하다보니 지나침은 당연한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다. 초라한 것과 소박한 것은 엄격히 다르다. 결코 초라하게 보이라는 것이 아니라 보다 소박해도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친절과 너그러움 역시 풍부할수록 좋은 매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역시 도를 넘는다면 비굴함과 통하는 위험이 있다. 이미 열 매스컴들이 지적한 바도 있지만 선수들에 대한 「공짜선심」이 도를 넘는 하나의 좋은 예라할 수 있다.
즐비하게 널린 공짜 공세 속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한국을 떠올릴까. 통 한번 크고 씀씀이 헤픈 나라보다는 소박하지만 알찬나라로 기억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좀 더 영악하게 말한다면 아시안게임을 내세운 장사역시 밉지 않게 넉넉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 게임 개막식을 전후로 무엇보다 아쉬웠던 사실은 아무런 죄 없이 폭력에 희생된 우리의 이웃들에 대한 배려다. 선량하기만한 이들 가족이 정말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귀한 생명을 잃고 고통을 당한 사실에 대해 한번쯤은 함께 묵념하고 그 고통에 동참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치와 이념을 초월, 스포츠를 통해 화해와 평화를 구현해 나가고자 하는 아시아 가족들은 그 평화의 제전 앞에 희생당한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마땅히 머리 숙여 함께 명복을 빌었어야했다.
30억 아시아인의 대축제인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 국민이 이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를 냉철히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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