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은 도덕적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해묵은 문제가 최근 한국 문학에서 재론되고 있다. 요즘 문학 인구의 팽창을 겨냥하여 쏟아져 나오는 소설들은 비정상적으로 섹스에 대한 경도(傾倒)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학을 사랑하고 국민 도의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비판이 있었고 이러한 비판이 문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모든 논쟁이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양쪽의 이야기에 모두 일면 타당성이 들어 있어 혼미함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이 기회에 명백히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문제는 다음의 세 가지의 사항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첫째 문학 작품의 섹스 취급이 과연 시대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 말은 그 시대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섹스를 취급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역(逆)으로 섹스가 금기 사항이 되어 있던 시대에서는 문학 작품의 과감한 섹스 취급이「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띨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섹스가 도처에 범람하고 상품화되고 있는 시대에 문학 작품의 섹스에 대한 경도는 상업주의와의 야합 이외에 아무런 의미도 띨 수가 없다. 그것은 문학적 매춘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둘째 작품에 취급한 섹스 묘사가 소위「작품성」을 획득하고 있는냐는 점이다. 문학 작품의 외설 시비가 바로 이 항목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사회법의 판례(判例)가 나와 있다.「문학에 대한 음란성 여부는 작품의 어느 일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논할 수 없으며 그 작품 전체와 관련시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외설로 기소되었던 모 신문소설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그러나 사회법이 관용을 베풀었다고 해서 문학적 양심으로도 그것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저질의 소설은 차치하고서라도 전체적으로 통독해 봐도 악취가 여전히 제거되지 않는 신문 문학지의 소설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언필칭「문학의 자율성」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미풍과 도덕적 규범을 파괴하는 성범죄의 알리바이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완곡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는 부분을 노골적으로, 짧게 끝내도 무방한 장면을 장황하게 묘사하는 작가들의 저의가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그러면서도『그것이 반드시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 경우 작품 전체가 죽어버릴 염려가 있다고 할 때 외설스럽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그런 표현을 피할 수 있겠느냐』 (작가 H씨의 말) 는 변명은 구제 불능의 자기기만이다.
그렇다.「반드시 그렇게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될」 필연성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작가는 자기 양심을 향해 자문해 보아야 한다.
셋째 발표 지면의 성격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문학지는 상당한 수준의 독자를 선택적으로 수용하지만 신문과 잡지 등 대중매체는 독자에게 무차별의 공세를 가한다. 섹스 취급이 진정 문학성의 문제라면 문학적 의식이 엷게 마련인 대중지의 작품이 훨씬 외설성이 덜해야 할 텐데도 실정은 그 정반대이다.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일 경우도 문학지의 것보다 대중지의 것이 더 섹스 편향이 심하다. 사실은 섹스 취급이 문학적으로「반드시 그렇게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변명의 허구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문학의 자율성을 빙자하여 국민 도의를 훼손시키고 자신의 양심마저 기만하는 작태가 중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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