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1일부터 25일까지 극동아시아 주교회의의 대표들이 수원에 모여「현대의 교리교육 특히 극동아시아 어린이 청소년의 교리교육」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회합을 가진 바 있다. 그리고 이런 각국의 준비 회합을 토대로 같은 주제 하에 지난 9월 30일부터 약 1개월간 세계 주교 시노드가 2백여 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로마」에서 열렸다. 심각하고 신속한 변화가 휩쓸고 있는 현 시대 속에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신앙 선포의 임무를 재인식하고 새로운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인간 앞에 신앙의 메시지를 과연 어떻게 새롭고 힘차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비단 오늘의 교회만이 겪는 고민꺼리는 아닐 것이다. 어제의 교회가 그러했고 앞으로의 교회 역시 고민해야 할 지상의 교회가 지고 갈 한 과제이기도 하다.
각자의 구미에 맞도록 그리고 한 입에 넣을 수 있도록 조제된 처방약을 찾듯 교리교육의 특효약을 시노드에 기대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지만 공표될 교서나 메시지만 쳐다보고 있다고 뾰죽한 수나 묘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는 나라대로, 각 교구는 교구대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부지런히 검토한 후 특히 교리교육의 지침서나 교시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교육 자료를 보급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 교리가 어느 한 개인의 메시지나 학설이 아닌 이상 보편적인 교회의 계획과 규범에 온전히 조화시키면서 각 지역의 필요성에 호응하도록 교리교육에 대한 사목활동 방법과 상응한 규범을 정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교리교육과 그 계획을 전파시키며 그 활동에 협력하고 교리교육 면에서 덜 익숙한 교구를 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또 전국적인 다른 사목기관과 협력하고 국제적인 교리교육의 보편적 운동에 보조를 맞추어 나갈 전국적인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교리교육의 일반 지침서」에서도 지시한 바 있다.
본보 1080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이번 주교 시노드와 때를 같이하여 한국교리교육위원회 (위원장 나길모 주교) 에서는 각 교구의 교리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토의하고 교리교육을 위한 전국적 기구로 동 위원회 산하에「교재편찬부」를 설치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교리교육의 문제가 비단 교재의 문제뿐이랴. 교리교사의 부족과 자질 향상 문제, 교사 양성 문제, 그리고 본당과 가정과의 협력문제, 교육관 설비 및 재정문제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교리교사가 거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볼 때 교사들에게 무엇보다 큰 당황과 장애를 주어왔던 것이 교리 교재나 교육 참고서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교리 교재가 크리스찬 메시지에 대한 생생한 선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크리스찬적 구원의 교훈과 활발한 교리교육을 돕는 광범위한 설명을 위해서 사용하기에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교회가 아직「번역교회」라는 말까지 있을 만큼 대부분의 서적이 외국 서적의 번역을 면치 못하는 형편이고, 교리 교재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그동안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몇몇 교구는 교구별로 교재를 편집하여 사용하고 있고 성바오로출판사와 중앙협의회에서 아동용 교리 교재는 출판되고 있으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리 교재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교사 자신의 소양과 대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적인 환경의 차이를 감안할 때 전국적으로 통일된 완전한 교재란 있을 수 없다.
각 교구는 교구대로 계속적으로 지역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연구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고 전국적인 기구에서는 전국 기구대로 전국을 대상으로 필요한 자료와 교재를 공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교재편찬부」의 신설과 함께 그 발전을 진심으로 축원하며 몇 가지 바라고 싶은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크리스찬 문화의 풍토가 있는 외국의 교리 교재를 직역하는 단계를 탈피하여 신학자, 심리학자 같은 인간학 제반에 걸친 전문가, 일선 사목자나 교육자 등과의 공동 연구 과정을 거쳐 한국 실정에 적합한 편역이나 저작의 교리 교재가 되었으면 한다.
둘째, 도시나 농어촌을 각각 대상으로 하는 두 종류의 교재 발간까지는 생각할 수 없어도 사목자나 교리교사가 없는 공소가 많은 한국 교회의 실정을 감안하여 혼자서 공부해 나갈 수 있는「문답식 교리서」도 새롭게 시도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싶다.
셋째, 전문적인 교리교사가 필요한 것은 어떤 사목자도 인정하나 교사 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을 뿐더러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지침이 서지 않은 채 현상 유지만 해나가는 교리교육에 큰 문제가 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한 단기 강습회도 필요하겠지만「교사의 교육 자료」나「교사 양성 교본」과 같은 소책자나 교사의 교수 방법론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교사들을 위한 월간지라도 계획해 주었으면 한다.
넷째, 가정에서의 종교교육과 방학 중 교리공부를 위한 숙제장이나 방학 교리 교재의 발간도 바라고 싶다. 여름방학이 되면 거의 모든 본당에서「여름성경학교」를 열고 있는데 마땅한 우리의 교재가 없어 어떤 본당에서는 개신교에서 나온 교재를 사용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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