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이 지나면 대림절이 다가온다. 대림절은 예수 강림을 기다린다는 뜻으로서 예수 성탄을 준비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예수는 이미 2천 년 전에 이 땅에 오셨지만 지금 다시 그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시아를 고대하던 심정으로 되돌아가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또 먼 종말에서 다시 오실 예수를 지금부터 맞이할 자세를 취해야겠다는 것이 대림절의 기본적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즉 예수를 영접하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은 궁극적인 구원을 원하는 온 인류가 모두다 구세주의 강림을 감사하고 그 대림을 대망해야 마땅하지만 특히 하느님의 백성들은 각자가 처하고 있는 땅과 그때에 알맞게 영접하는 자세가 취해져야 하겠다. 그러면 78년의 성탄을 맞는 한국 교회의 신도들은 과연 무엇을 열렬히 대망하고 또 무엇을 꼭 실천해야 할 것인가.
즉 구세주 예수가 78년에 한국에 강생하셔서 설교를 하신다고 가정한다면 무엇을 요구하실 것인가에 대해서 꼴똘히 생각해 보아야겠다. 예수께서는 서울 남산에 오르셔서 회개할 것을 외치시며「①정의를 구하라, 정의를 위해 일하다가 박해를 받는 자는 행복하리라. ②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 ③서로 사랑하라 입으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고 호소하시지나 않으실까 생각해 본다. 진실로 인간들의 잘못과 갈망을 꿰뚫어보시는 하느님은 한국의 백성들에게 그와 같은 뼈에 사무치는 요구를 강조하실 것으로 믿어진다.
오늘의 한국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정의에 목 말라하는 소리가 솟아오르고 있지 않는가.
온갖 부정이 횡행하고 갖은 재난을 야기하며, 정의를 고수하는 자는 가난해야 하고 부정을 자행하는 자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부조리가 만연되고 있는 이 현실은 정의의 하느님이 역사를 통해 언제나 어디서나 통탄하여 온 사실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정의를 위해 일하다가 박해를 받는 자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역설적으로 위로해 주신 것이 아닌가. 한국의 하느님의 백성된 우리들은 이때야말로 정의의 십자군이 되는 행복의 길을 선택해야 하겠다.
또 오늘의 우리 현실은 너무나 물질주의에 치우쳐 있다. 경제 성장 일변도로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져가고 있다. 빵으로만 살려고 발버둥 치고 돈의 화신인 맘몬은 완전히 우상으로 승격되고 정신적·영적인 것은 초라한 모습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영으로서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벗어나 경제적 동물의 꼴로 변화해가고 있는 느낌이 많다. 빵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물질의 빵만이 아니고 생명의 빵인 영 즉 하느님의 말씀으로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참삶의 의의는 상실하고 만다. 이와 같은 세기 말적 현상은 무신론자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 크리스찬들의 물질주의 경향에로의 타락상이 세상의 맘몬화에 대한 소화적 구실보다는 오히려 걸림돌의 구실 될 가능성이 짙다고 보여진다. 이때는 모름지기 육보다는 영 아니 적어도 영과 육의 균형을 이룩하는 우리 자신의 내적조화에 대한 반성이 통절히 요청된다. 끝으로 사랑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불가분 관계에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실존적으로 보아 이웃 사랑에서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 절실한 현대적 요청이다.
우리는「주여 주여」하는 말로만의 하느님 사랑에는 열심하지만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이웃에 대한 행동의 사랑에는 너무나 냉담하지 않는지. 우리 신도들 중에는 물론 개별적으로 자선사업을 실천하거나 말없는 사랑에 봉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다 일반적으로 볼 때 아직도 크리스찬들이 사회의 외교인들에게서 사랑보다도 냉정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당장의 일례를 들어본다면 이리의 화약 폭발로 인한 엄청난 재해를 당한 이웃들이 있다. 무고히 생명을 잃은 많은 이웃에 대한 동정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부상을 당하고 집과 재산을 잃고 엄동을 앞두고 헐벗고 떠는 이웃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의 손길은 과연 지체 없이 자발적으로 또 활발히 발동되고 있는지 우리 다 같이 가슴에 손을 얹고 그리스도의 외치심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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