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이란 곳엘 두 번 다녀온 일이 있다. 처음엔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기겁을 해서 도망쳐 나왔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체면을 생각해서 좀 침착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는데,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밴드소리는 왜 그렇게 요란한지 단 1분도 견디기 어려운 그런 세계였다.
맥주만 한 동안 마시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손님 중엔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는 사실과 계속해서 우리편에 접근해서 춤을 추자고 추근대는 부인네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몇 번이고 당황하게 만들었다.
세상은 지금 먼가에 잔뜩 굶주리고 목말라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고기에다 술에다 질펀하게 먹고 마시고 흥정대면서도 실제로는 심한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메말라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한다.
언젠가는 몇이서 가까운 극장엘 갔다가 혼자만 먼저 집으로 돌아오게 되였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성당은 코앞에 있으려니 라고 걷다 보니 웬 아가씨들이 길 양편에 죽 늘어서는「쉬었다 가세요」「놀다 가세요」하면서 혼을 다 빼놓는 것이었다. 이때 문득 사마리아 여인의 생각이 나면서, 이들이 누군줄 알았더라면 오히려 예수께로 와서 쉬었다 가겠다고 나에게 청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게 솟구쳤던 것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지금 어디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저렇게 발버둥을 치면서 번지수를 못 찾고 헤매고 있는 것일까? 목마르지 않는 생수와 굶주리지 않는 음식이 있건마는 세상은 너무 어두워서 보지를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우리 신자들을 생각하면서 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가장 번잡한 곳에 살면서도 우리 신자들은 쉬지 않고 성체께 나아와 조배를 드린다. 새벽에도 밤에도, 그리고 한낮에도 그들은 줄을 지어 주님께로 와서 머물다 가곤 한다. 그러면 그 때마다 주님도 그들의 마음에 오시어 함께 쉬시는 그 시간은 실로 아름답고도 거룩한 사건인 것이다.
주여, 우리 모든 인생들이 당신을 만나 쉬었다가게 하옵소서. 목마르지 않는 생수와 배고프지 않는 그리스도의 양식을 통해서 참 삶의 의미와 그 목적을 깨닫게 하옵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