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예술은 신이 감상하시는 예술이다. 이런 점에서도 신은 지고의 존재이시다.
소리를 매개로 하는 예술을 우리는 음악이라고 하고 글씨를 매개로 하는 예술을 서도라고 하고 또 그 매개에 따라서 미술이나 문학 또는 그밖의 여러예술이 있다. 인생 자체를 소재로 하는 예술은 아직은 따로 이름이 없으므로 「인생의 예술」이라고 밖엔 노력이 없다. 다만 자각과 반성과 노력이 없이 그저 엄벙덤벙 살아나가는 인생은 예술이라고 할만한 것이 못되므로 논외이다.
인생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참과 거짓이, 선과 악이, 사랑과 미움이 있을수 있고 미와 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생의 예술은 그 소재면의 다양함과 깊이에 있어서 그 광명과 음영에 있어서 어떠한 딴예술도 추종할 수가 없다.
인생의 예술과 딴예술과의 또 다른 점은 인생의 예술은 한 사람이 평생을 두고 꼭 하나밖엔 만들지 못한다고 하는 점이다. 다산하는 음악가는 한평생에 천에 가까운 곡을 지을수도 있을것이고 화가는 만에 가까운 작품을 내놓을수도 있을것이다. 허나 인생의 예술작품은 사람이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돼서 잠시도 쉬는일이 없이 진행되고 1분1초의 어김도 없이 숨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에 완성된다. 우리가 먹는 것도 그 작품의 한 과정이요 노는 것도 과정이요 잠자는 것도 쉬는 것 기도하는 것 공부하는 것 죄짓는 것 어느하나도 그 과정에서 제외되는 것이 없다. 필생의 작품이란 말이 있지만 인생의 예술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어쩔수 없이 필생의 작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예술가다운 인생의 예술가는 수도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성인이야말로 인생의 예술의 거장이다. 인생의 예술은 결국 생각과 말과 행실로써 엮어져 나가는 것이므로 이런것들을 보다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으로 일관해서 마침내 히말라야와도 같은 고봉에 다다른 성인의 일생이야말로 그 목적과 결과가 일치하는 인생 예술의 걸작이라 할것이다. 이를테면 아우구스띠노 성인의 작품 프란치스꼬 성인의 작품은 얼마나 높고 장엄한 것일까. 인생의 예술은 시공에 걸쳐서 전개되는 실질의 소재로 꽉 채워져 있으면서도 또한 무형적인 것이다. 남몰래 닦아 나아가는 인생의 예술은 그 감상자인 신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을 때엔 그 의의는 소멸해버린다.
인생의 예술은 바치기 위한 예술이다. 아, 마침내 한 성인의 임종이 가까워 오고있다. 이 성인의 인생작품은 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거기에는 한 때의 죄로 말미암아서 패인 심연이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죄로 흘린 많은 눈물과 피와 땀이 그 심연을 메꾸고도 남아서 다시 높은 봉우리가 솟고 그 위에 또 정한 고산식물이 피어있을는지도 모른다. 이미 천사를 마중 내보내시고 이 순간을 지켜보시는 전능하신 감상자의 기쁨과 감회는 과연 어떤것일까. 인생의 예술이란 관점에서 결코 가벼울리 없는 인생을 살아나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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