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로사리오 성월이며 전교의 달입니다. 교구민 전체에 선교의 사명을 일깨워주시고 선교활동에 모두가 참여하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9월 말씀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교주일과 관련한 공문내용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대부분의 교구공문내용이 판에 박은 듯이 일치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 년 중5~6개 정도인 특별헌금주일 대부분이 그렇듯이 올해의 전교의 달, 전교주일(10월19일)의 의미는 예전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평균수준에 머물러 있다.
1984년에 2백주년을 지낸 한국천주교회는 이듬해인 85년을「증거의 해」로 설정 사목지침을 삼은바 있다. 순교자들 특히 한국순교성인들의 신앙을 현 세상 안에서 증거 하는 삶을 살자고 내세웠던 증거의 해는 말뜻 그대로 복음화, 즉 전교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꼬집어 지적하지 않아도 너무나 확연한 사실이었다.
풀이해서 말한다면 증거 하는 삶을 통해 복음화를 이룩하자는 단순한 내용이다. 단순하지만 극명한 이 결심은 비단 85년에만 국한될 성질의 것은 아닐 것이다. 증거의 해는 갔어도 전교의 사명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지상최대과제로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바로 증거의 해를 함축시켜 지내야하는 귀중하고도 의미 있는 한 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한국교회는 증거의 해를 내세워 전교에 있어 심기일전을 기도한 85년부터 지금까지 그 동안 간직해온 구태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본당에서 또는 교구차원에서 리플렛을 만들어 배포하고 레지오마리애 등의 단체들을 통한 기존의 전교방법 등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다. 그 같은 방법들이 현재 한국교회의 복음화를 이끌어온 튼튼한 원동력이 된 것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그것으로 부족하다. 변화하는 사회 제 현상과 그 흐름을 읽고 그에 대한 전교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사회흐름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전교방안은 효용가치가 없음은 자명하다.
지적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한국 천주교회의 전교(선교) 문제는 선교정책의 결핍에서부터 짚어봐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전교라는 대명제를 놓고 이를 연구검토, 정책을 수립하는 흔적과 노력은 아무데도 없다는 점이다. 정책이 없는데 무슨 뾰족한 전교방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제 발로 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호황이 전교의지를 약화시켰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물을 치는 노력조차 잊어버릴 만큼 한국교회의 여건은 선교에 있어 황금어장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황금어장이 언제까지나 황금어장으로 남아있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다시금 맞는 전교주일에 우리는 다함께 전교의 의미를 숙고해 봐야한다. 자기도취와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함은 물론 전교에 있어 아직도 사춘기적인 미성숙에서 탈피, 냉철히 우리의 전교현실을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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