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수년님이란 분이 계셨다. 성은 멍씨가 아니었는데 다만 그분의 재주가 신통치 못하여 이에 답답함을 느끼신 본당신부님께서「멍청이」라 부르신 데서 나온 이름이었다.
원래 그 수녀님은 드러내 놓을만한 것이 없었다. 성가도 잘하지도 못 했으며 교리 지도도 더듬거렸고 나중에는 제의방으로 밀려났다는데 그것마저도 늘 본당신부님의 신경을 건드리곤 했다. 아마 재주가 있었다면「멍 수녀!」하고 불러도 그저 생글생글 방글방글 웃는 그 미소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멍 수녀님을 당시 좋아했다. 그들이야 으례히 약자 편이긴 하지만, 늘 겸손하시고 성당에서 오래오래 기도하시며 신자들의 어떤 말을 받아줬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그 수녀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였다.
그곳 원장 수녀님은 멍 수녀님보다는 나이가 훨씬 적은 분이었으나 대단히 똑똑하고 재주가 반짝반짝하는 분이었다.
그러나 성격이 너무 직설적인데다가 매사에 독선적이기 때문에 신자들은 오히려「똑 수녀님」을 싫어하였다.
한번은 그 수녀원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원장 수녀님이 불쑥 신부님들의 술과 자가용과 골프 등에 대해서 사정없이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도 듣기가 민망스러워『수녀님이 주교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했더니 비로소 조용해지시는 것이었다. 그때에도 멍 수녀님은 그 특유한 재주인 웃음만을 가지고 우리를 들어주고 있었는데 공연히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분이었다.
결국 멍 수녀님은 본당신부님과 원장수녀님의 합동작전으로 먼 곳으로 쫓겨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그분이 가실 때는 많은 이들이 나오진 않았지만 모든 신자들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소중한 뭔가를 심어주신 분이었다고 했다.
세상은 재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주는 피곤한 것이며 그리스도의 저 내려가는 겸손을 닮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앙을 조금 알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어떤 수녀님을 만났는데, 뭐라고 한마디 하니까 오히려 두 세 마디 퍼부으면서 따따부따 하시는데, 그날 하루 온 종일 왜 그리도 피곤하고 짜증스러웠는지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난다
나는 왜 멍 신부가 되지 못할까?
세상을 지혜롭게 사시는 멍 수녀님을 문득 생각하면서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한 내 소명의 길에 눈물을 뿌려본다.
멍 수녀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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