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트 신부는 체류연장 허가를 받지 못했다. 뒤이어 출국명령이 내려졌다. 해방이래 가톨릭 선교사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체류연장 불허이유를 알아보려 했더니 인천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법무부에, 법무부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라고 대답하더라는 그의 얘기다. 그는 입국목적 이외에 정치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적이 있어 이른바「정치활동」이 그 이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정치활동」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외방전교회와 수도회 대표들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당국이 말하는 소위「정치활동」은 사실상 종교와 인도주의에 그리스도적 정의감과 가톨릭 사회관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추기경도 복음과 복음적 사랑에 충실한 것이 잘못인가고 거듭 반문함으로써 당국과 뚜렷한 견해차를 표명했다. 정치활동과 종교활동에 대한 정의와 한계에 이처럼 상반되는 견해를 드러낸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교화가 복음정신으로 돌아가는 추세에 따라, 정치ㆍ종교활동의 한계가 다소 모호해지는 인상을 준다. 더욱이 수년간 거듭돼온 정치부재 현상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무대인 국회에서 국정들치기니 날치기니 양동작전이니 정치휴전이니 하는 용어가 예사로 나돌만큼, 정치는 없고 기만과 정쟁만 있는듯한 현실, 이 같은 현실과 거기서 파생되는 모든 부조리를 외국인 선교사라해서 외면할 수는 없었을것이다.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부와 교회는 분리해야 하지만, 정치와 종교는 상호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가 이런 상황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필연적인 순서다. ▲시노트 신부는 작년 4월 3일 긴급조치 4호가 발동된 후 「이 나라를 악에서 구해주기를」기도 드리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그전까지 13년간 서해의 도서지방에서 봉사활동에만 전념하던 그가 새로운 차원의 종교활동을 벌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그때부터 사실 미쳐버렸다』구속자 가족을 위로했고 어디서나 데모를 벌였다. 「아직도 추방되지 않은 시노트 신부」로 시작된 그의 격려광고는「거의 거지가 된 시노트 신부」가 될때까지 계속됐고, 신문사의 미움을 사면서도 해직 기자들의 편에 섰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추방되는 그는 김 추기경의 말대로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참고 받아들이며 우리보다 더 마음으로 아파하고 울고 있을줄 믿는다. SINNOTT에 T가 하나 덤으로 불어있지만, 음식로 떼보면 SIN(죄) NOT(없다)는 뜻이된다. 그는 그의 이름이 뜻하는대로 종교도덕상으로 무구한「신부님」으로 기리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