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란을 통해 일차 소개된바 있지만 지난번 왜관에서 가졌던 주교단 춘계총회에서 한국 외방전교회를 설립키로 결의한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쌍수로 환영할만큼 우리 한국교회 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결정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지금까지 경제면에 있어서는 물론 인적자원에서까지도 계속해서 외로에 크게 의존해 오고있는 한국교회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라 하지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만사가 다 그러하듯 계획하기는 쉬워도 결정된 것을 수행해 나가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결정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을것이다.
차제에 이에 대한 몇가지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 이 결정 자체가 주교단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교들의 협력이 선행돼야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줄 안다. 현재 이 일을 위해 책임자인 총재주교(최재선 주교)가 혼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는데 어찌 이 일이 한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또한 책임을 졌다고 해서 혼자서만 고심해야 되겠는가? 만의 일이라도 실패하거나 부진한 상태에서 무위로 끝나버리고 만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이런 결과를 원치않는다.
그러기에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책임진 주교를 보필해서 함께 일할수 있는 전담사제들이 먼저 선출되어야 될것이다. 이 사제들의 선출은 일차적으로 총재주교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각 교구장들은 자기 교구의 사제가 기쁜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아직도 내 본당, 내 교구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면서 자기의 사제들을 내놓는걸 아깝게만 생각하고 있다면 이 결정은 당초부터 계산착오였고 무책임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을 면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둘째 많은 이들이 성소의 자원고갈을 심각하게 우려한 나머지 한국외전에 대해 적지않게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당성이 있는 반응이다. 『제 집 사정도 딱한데 남을 돌볼 겨를이 어디있느냐?』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틀리지 않는 소리다. 그러나 먹고 남는 것을 남에게 넘겨주는 동정보다 먹을 것마저도 희생하고서 도울수 있다면 얼마나 더 값진 것이 될까?
실상 개인이든 단체이든 쓰고 남은 것을 가지고 남을 도울 수 있을때까지 기다린다면 아마 세말까지 한번도 그런상태에 놓이지 못할것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먼저 그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은혜에 보답한다는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미 받은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더 큰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도 잊지말아야 되겠다. 성소계발이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어떤 운동이나 1년에 한번씩 갖는 형식적 행사로서 더구나 인간적인 기교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것이다. 교회가 그 살아있는 모습을 통해 교회가 교회로서 남아있는한 성소는 마르지 않을것이다.
따라서 성소는 하나의 문제도 아니고 심각성 그 자체는 아니다. 다만 생동하는 교회 본연(本然)의 모습을 되찾는데서 해결되어야 할것이다. 실로 성소의 자원은 무진장한 것이다. 그 고갈을 탓하고 안타까워하기 이전에 우선 그 자원을 한 책임을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외방선교라는 역사적 대명제를 목전에 두고 우리의 자세만 확립한다면 국내 성소계발도 크게 문제시될수 없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유리한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성소계발을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끝으로 외방선교의 결정적 부는 결국 일선 사목자들의 협력여하에 달려있다고 여겨진다. 외방선교는 그러하지만 국내의 성소계발도 궁극적으로 일선에 근무하는 사목자들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러므로 외방선교의 당위성과 세계로 뻗는 한국교회라는 역사적 사명에 대한 의식계발이 일선 사목자들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성소가 일선 사목자들의 손을 통해 확보되는 것이 사실이고 또한 그들이 자기들의 사목지에서 동역자를 구한다는 것은 그들의 본래적 사명이기도 한것이다. 한국 외방전교회의 발족, 그것은 분명히 한국교회에 새로운 계기와 어떤 전환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것이다. 무릇 역사는 거짓을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역사의 갈림길에서 이것이냐 혹은 저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극한 상황에서 사목자 자신들이 스스로의 결단을 강요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될것이다. 오늘 이 시대가 이러한 결정이 사목자들에게 주문하는 내용이 어떤것인지 직시해야 될 것이다.
또한 새역사 창조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큰자부심과 아울러 긍지도 가져야 되겠다. 오늘을 살아가는 고위 성직자들과 일선 사목자들에게 또한 한국외전을 책임진 총재주교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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