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인도지나 사태 때문에 갑자기「전쟁」이란 것이 바짝 우리들곁에 다가선듯 하다.
TV뉴스 시간이나 신문에 전사한 군인이나 피난민의 참혹한 모습이 자주자주 소개되고 있다.
죽은 아이를안고 넋빠진 얼굴로 서있는 어머니의 얼굴도 보이고 즐비하게 쓰러져 있는 군인들의 시체도 보인다.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띄일때마다 나는 목이 조이는 듯한 아픔과 분노때문에 숨이 막힐것 같아지고 만다.
저 쓰러져 누운 젊은병사의 하나하나에게도 다 자기 나름대로의 소망과 꿈이 있었을테고 꼭 살아야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며 그의 죽음으로 해서 상처받고 고통받을 사람들이 필경 있으리라.
하나의 죽음은 참으로 많은것을 의미한다. 남에겐 하찮게 보이는 하나의 생명일지라도 그 자신에겐 모든 것이며 우주며 만물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간혹 지나다가 영구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량이면 나는 발을 멈추고서서 깊은 감회에 빠져 한참씩 바라보곤 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안엔 또 어느 인생이 저렇게 누워있는가. 점차 나이가 먹고 많은 일들과 부닥뜨려가면서 내가 느끼고 깨닫는 그「인생」이란 의미도 점점 복잡하고 심오해져 가고있다. 어릴때 나는 6ㆍ25를 겪었다. 여덟살 그 무렵이었는데 나는 처음으로 많은 죽음을 보았고 전쟁이란 것의 그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광경또 여러번 목격하고 겪었다.
허지만 그때는 내 나이가 어리고 마음도 어리고 생각도 단순해서 지금처럼 남의 죽음에 대한 깊숙한 감회도 느낄줄 몰랐으며 그 횡포와 잔인함에 심히 분노하고 회의할줄도 몰랐었다. 허나 이젠 다르다. 한 구덩이에 쓰러져 잡초처럼 누워있는 한 작은 시체일지라도 그 죽음이 내게주는 충격과 슬픔은 심각하고도 쓰라리다. 물론 산다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지루하며 혹시는 지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살아있어야 할 참으로 많은 이유들이 있다. 꼭 이루어야할 소망도 있으며 속죄해야 할 작고 큰 죄악들도 있고 이대로는 도저히 죽을 수 없는 맺히고 맺힌 한도 있으며 떠나고 싶지않은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들 곁에 두고있기도 하다. 하나하나의 생명마다 다 그나름대로의 존귀함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좀 더 성실하고 진지하게 납득하고 숙고해야 될줄 안다.
그렇다면 생명에의 경시풍조는 사라질 것이고 전쟁이란 집단학살은 아예 시작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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