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세를 받을 즈음 본당 주임신부님 두 분이 미사 집전하랴 본당 돌보시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약 2개월 전에 내가 바라고 모든 교우들이 기대하던 P신부님이 새로 오셨다. 부임 제1성으로『전 교우의 가가호호를 방문하겠다』 는 약속과 더불어 방문 첫날 우중의 강행군으로 얻은 심한 감기도 아랑곳없이 한 달 반의 무리한 강행군을 계속 하셨고 하루 40 내지 60가호의 방문을 마치고 본당에 돌아오시면 잠시의 휴식도 없이 곧바로 본당 도장작업 현장을 돌아보시고 새로운 지시를 내리시는 그야말로 불도저 같은 P 신부님이었다. 자신의 안위와 건강을 도외시하고 오직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모든 일에 임하시며 방문 중 가난하고 장부 없이 혼자 사시는 분에게는 더욱 많은 격려와 시간을 할애해 주시는 인자하신 P 신부님!
어느날 구역장으로 신부님을 수행하던 중 냉담한 자의 집을 축성하고 나오다가 고무 끈으로 매어놓은 개에게 다리를 약간 물렸는데 다음 집에 도달하니 피가 묻어났다.
그런데 그 상처를 씻지도 않은 채 P 신부님은 내가 만류할 틈도 주지 않고 입으로 그 상처 자리를 빨아서 나쁜 피를 뽑아 주셨다. 혈육간에도 어렵고 공수병이라는 무서운 독이 있을 수도 있는 곳을 더군다나 입으로 빨아서 독과 나쁜 피를 뽑아낸다는 것은 내외간에도 주저될 텐데 신부님은 의당히 하실 일을 하신 양 찌푸리시지도 않으니 감사의 맘도 잊은 채 잠시 벙어리가 되었다.
그 다음날도 잊지 않으시고 상처는 어떠냐고 자상하게 염려해 주시니 절로 머리가 수그러지고 사도직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인가를 내 스스로 목격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구역 반별로 신부님이 가셔서 가정미사를 봉헌함으로써 이웃 교우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유대를 강화해서 공동체 의식을 앙양하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꼭 이루어지리라고 본당 전 교우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 외 제대회 등 여 교우의 활동은 눈부시나 남 교우들의 답보적인 미약한 움직임에 활력을 넣기 위해 30, 40대 장년으로 구성된 대우회까지 이미 발족시켜 놓으신 오직 일에만 몰두하시는 우리 P 신부님. 부디 건강에도 유의하셔서 천주님의 은총 아래 오래오래 우리 본당에 머무시면서 많은 일을 해주시기를 주님께 기도드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