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가 남침 도발을 할거라느니 안할거라니 의견들이 분분하다. 미국이 한국을 방위기지로 삼을 거라느니 안 할거라느니 그것 역시 이랬다 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다. 모두들 걱정이 되어서 하는 얘기들이고 또 외면할수 없는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허지만 한가지 분통이 터지는 노릇은 왜 우리는 언제나 겁을 내는 쪽이어야 한단 말이냐. 우리가 저들에게 북침의 위협을 줄 수는 없단 말인가.
미국 미국하지만 왜 우리에겐 반드시 미국이 있어야 한단 말이냐. 미국이 우리에게 많은 덕을 입힌건 사실이고 또 그들에게 충심으로 감사의 정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곧 우리와 동체(同體)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월남이 패망하기 직전 티우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눈물을 흘리면서「이래가지고 어떻게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하고 얘기했다는 소릴듣고서 나는 고소를 금치못했다.
미국을 나무랄건 조금도 없다. 어느누가 남의 나라 전쟁에 가서 죽기를 원할것이며 자기들의 사랑하는 아들들을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죽게하고 싶겠는가.
미국이 준 최신형 무기들을 베트콩에게 죄다 넘겨주고 도망쳐버린 월남군들의 비겁과 무력함과 어리석음이 미울뿐이다.
정 사태가 위급해 후퇴를 해야 할 경우였다면 무기만이라도 그들 손에 넘겨주지 말았어야 했을것이 아닌가.
불태우고 망가버릴 지혜와 여유도 없었단 말인가.
그리고 나서 어찌 미국을 원망할까 보냐. 자기들도 지키기 싫어 도망쳐버린 조국을 남의나라 사람에게 지켜달라 애원함은 무리요, 욕심이요, 억지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조국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각오와 결심과 의지로 좀 더 딴딴히 뭉쳐있어야 하겠다.
조국을 잃어버린 저 월남 피난민들의 불행함과 비참함을 보라.
조국을 잃은 국민이란 뿌리가 뽑혀 마른땅에 내던져진 초목과 같다.
우리는 항시 조국의 땅에 뿌리를 묻고 살아야 한다.
그 조국의 땅이 거칠고 황폐해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가꾸고 돋구어 기름지고 풍요한 옥토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총칼이 필요하다면 화장품과 옷가지엔 좀 궁색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 참고 견디어야 한다.
협상이니 조인이니 다 허무한 짓들이요 진정코 우리를 지켜줄것은「힘」바로 그 힘뿐이다. 모두 각자가 자기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라.
우리 자신의 임무에 좀 더 성실히 청백하게 임하는 길만이 우리 자신과 우리 가족들과 우리의 신앙과, 그리고 우리가 갖고있는 모든 것들을 지키는 길이다. 어느 누구도 이 땅에서 떠나서는 안된다.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싸워야 하며 반드시 이겨야 하고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좀 더 딴딴히 뭉쳐져야 하겠다.
그리고 나는 또한 믿는다. 우리들의 위정자들은 저 멸망해버린 월남이나, 크메르 대통령이나 고위층처럼 우리를 버리고 도망치지도 않을것이며 부패해 있지도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서로의 얼굴을 보라, 얼마나 존귀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협조하고 신뢰해서 기어코 이 땅에서 풍요로이 언제까지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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