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이야기 하나. 무성한 숲속에 토끼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토끼들은 겁이 워낙 많아 나뭇잎이 떨어져도 놀랐다. 다람쥐가 움직일 때나 물방울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며 겁을 집어 먹었다. 바람소리 부엉이 우는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하여 간이 콩알만하게 되었다. 토끼들은 그렇게 놀라기만 하고 도망다니는 신세를 비관하여 장시간 의논끝에 모두 연못에 빠져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수십마리 토끼들이 연못을 향해 열지어 죽으러 갔다. 토끼들의 발자국소리는 숲을 제법 크게 울렸고 그때마다 풀속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와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개구리가 뛰어드는 소리에 다시 놀란 토끼들이 발을 멈추었다. 그때 늙은 토끼 한마리가 느낀바 있어 말했다. 『여러분! 우리보다 약한 짐승들을 보시오. 개구리들이 공연히 겁이나서 도망하지 않소? 쓸데없는 공포심을 버리고 용기있게 삽시다』그 말에 토끼들은 모두 발길을 돌렸다. ▲크메르와 월남이 멸망할즈음 정부군이나 겁먹은 국민은 자살길의 토끼들이나 다름없었다. 공산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수10억달라 상당의 군장비를 버리고 철수했다. 패주가 아니라 그냥 퇴각이었다. 공산군은 싱겁게 진주했다. 이웃맹방이 무너지는 굉음이 이곳에도 진동했다. 느닷없이「서울사수」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6ㆍ25를 경험한 사람들은 패배의식과 피해망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피난용 미숫가루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상적인 상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아우성도 있었다. ▲드디어「늙은토끼」의 호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치의 땅도 넘겨줄 수 없다는 결의로 다져져 갔다. 미국은 하루도 빠짐없이 안보공약 준수를 다짐했다. 남침하면 북괴 심장부를 격멸하겠다는 전략까지 공표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유감스런 면도 있다. 천주교의 안보의식을 과소평가하는 오해가 엿보이는 점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지금까지 인권유린과 부정부패를 규탄하고 민주회복을 주장했다 해서 천주교의 안보관을 의심한다면 여간 착각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천주교는 공산당과 상극이다. 북한이 공상화되면서 천주교가 멸문지화를 입은 사실로도 알수 있다. 6ㆍ25를 전후하여 주교 5명과 신부 82명을 비롯 수도자 신학생 1백50여 명이 공산당에 의해 처형되거나 납치돼「죽음의 행진」도 했다. 때문에 천주교는 신앙과 생명을 앗아가는 무리로 공산당을 인식하고 있다. 참된 국민총화를 모색하려는 천주교의 참뜻을 왜곡, 그 안보관을 의심한다면 소가 웃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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