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후두둑 와르르·뜨거운 열기 속에서 우리 부부는 몇10톤의 중압감을 느끼며 몸을 비틀어 보았다.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너무도 순간적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려 집이 무너져 우리 부부를 덮친 줄 알았다. 내 옆에 누워있던 아내가 중압감을 못 이겨 신음한다. 나의 왼손이 움직일 수 있어 블럭을 밀어보니 수10톤 되는 잔해가 움직일 리 없다.
잔해 밖에서는 후두둑거리며 타는 불소리, 코를 찌르는 연기, 이대로 눌리고 또 타 죽어야 하는가『사람 살리라』고 외쳐 보았다.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나의 왼손은 꼼짝할 수가 없다.
그때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살려 달라는 둘째딸 아가다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린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주여! 저 죄없는 어린 목숨을 살리도록 저에게 힘을 주소서.』몇 번이나 외쳐보았다. 그런데 그때까지 꼼짝 못하던 아내가 두 손이 움직인다고 하며 죽을 때 죽더라도 우리를 누르는 이 블럭을 밀어보자고 한다. 손은 내 왼손을 합해 셋이다. 힘을 모았다.『하나 둘 셋』기적은 일어났다. 그토록 크고 무거운 블럭이 밀려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뚫렸다. 아이들 방을 보았다.
아가다를 떼어내고 수산나가 구조되고 그러나 막내딸 경자가 소리가 없다. 죽은 모양이다. 내 아내는 또 미쳐버린다. 그러나 기적은 또 일어난다. 블럭과 파편을 걷어내고 이불을 젖히니 경자는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지 않은가.
『주여! 내 자식 모두가 살아났나이다. 주여 주여!』감사의 눈물이 내 볼을 적신다.
내 아내와 수산나를 입원시키고 나머지 아이들은 친구에게 맡기고 날이 밝아 내 집 터에 와보았다. 집과 모든 가산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기둥 없는 십자고상만이 내 아이들이 덮고 자던 이불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지 않은가. 기둥 없는 고상을 가슴에 안았다.『주여 당신은 내 자식을 살렸나이다. 당신의 뜻에 더욱 순종하고 교우 자식으로서 더욱 착하게 기를 것을 다짐합니다.』
오늘도 습하고 추운 천막 안이지만 한쪽 벽에는 기둥 없는 십자고상 앞에서 어깨에 골절상으로 입원 중인 수산나를 제외하고 주님께서 나에게 다시 주신 내 아내 내 자식들과 오붓이 꿇어앉아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이 고상만은 그날의 기적을 잊지 않기 위해 길이길이 후대에 물려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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