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현대문명을 비평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대문명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지나친 격차 때문에 시련을 겪고 있다. 물질문명을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우주와 공간을 정복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나 정신문명은 옛날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의 방향을 가르켜 주어야함에도 정신문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위기에 직면하여 좌절하거나 성급하게 굴 것이 아니라 이 차이로 인한 시련을 참고 견디어냄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차를 타고 시내를 다니다보면 줄지어 기다리기가 싫어서 앞차를 추월하고 차선을 무시하며 앞에 갖다 서는 것이다.
인내란 상대를 전중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참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영세를 하고 어떤 부인이 너무나 기쁜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길래 사연을 물었더니 수녀님이 이렇게 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부인은 칠년 전에 교리공부를 다 마쳤는데 혼인문제로 영세를 하지 못할 이유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영세하지 못한 채로 줄곧 성당에 다닌 그 부인은 칠년 만에 영세를 하게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인내는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고 원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반대로 조급함이란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행동함으로써 일을 그르쳐 놓는 것을 말한다. 조급함이란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데는 필요한 것으로 잘 이루어질 때는 큰 효과를 내기도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조급함은 곧 잘 일을 그리치게 하여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하다.
결혼 한지 불과 몇 년 안 되어 위기를 서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여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일 따위는 조급함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데는 얼마나 많은 이해나 인내가 필요한가.
서로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가 깊이 있게 앞뒤를 생각해서 그 문제를 극복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먼 훗날을 생각할 때 조그만 산을 정복한 것 같은 기쁨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언짢은 모두가 조급함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랑이나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준비에 인내를 가지고 대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젊고 예쁜 여자들이 아무 직업이나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젊은 남자들도 한 번에 많은 돈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무서운 범죄도 서슴없이 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급한 판단과 행동은 우리의 일생을 영원히 그르치게 만드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요사이 나는 가끔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성급하게 처리했던 수 많은 일들을 생각해 내곤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운동을 하면서 잘 안 된다고 화를 내며 운동을 포기하려했던 일들. 새로 본당 신부로 부임해서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려했던 생각들. 교우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속을 끓였던 어리석은 생각 등등.
이제 나이가 먹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배우고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적인의미도 포함되고 있다.
참된 인간의 성숙한 진정한 의미의 기다려주는 마음의 소유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내 생각만이 옳다는 조급한 판단은 옳은 판단을 가지고도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 내 생각만이 옳다는 판단은 명예욕의 한 모습이고 자신의 약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에게 선생에게 사제에게 모든 계층의지도 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기다려 준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자. 기다려 준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흡족한 대답이 나올 때 우리 사회는 밝게 웃으며 자기 일에 전념 할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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