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때문에 몹시도 고생하는 친구의 모습이 한심스런 생각이 든다. 이왕 썩은 이를 가지고 고생하지 말고 빨리 뽑아버리라고 했더니 이 친구 꾀나 심각한 표정이다.
아무리 새 이로 갈아 넣는다 해도 원래 자기의 이만 하겠느냐는 것이다. 몇 일후에 친구는 겸연쩍은 듯이 그러나 활짝 핀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제 이만은 못하지만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단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볼수 있는 재미난 일 중의 하나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이를 보호했더라면 이런 아픈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무관심 속에서 빚어진 좋은실례이다.
비슷한 얘기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식어지면 다시 돌아올줄 모르는 냉담신자, 늘어만가는 청소년의 탈선, 끝내 가정의 행복을 짓밟아버리는 무기력한 기성세대, 유명무실한 사목행정 등등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아예 창피한 생각이 앞서 얘기를 꺼내기조차 두려운 심정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고 또한 성세를 받은지 얼마되지 않은 풋나기 신자에게 잘못 보여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우리 크리스찬에게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앞서 말한 친구의 경험을 살려서 벌레먹은 이는 뽑아 버리고 사후 충분한 치료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아직 병들지 않은 이는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 주어야 할것이다. 그리고 벌레먹은 이를 가진 사람은 하루빨리 원형을 되찾도록 노력하여 그 기쁨을 맛보아야 할것이다.
믿음에 문명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문명을 강요하기 전에 신자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로 순명할수 있는 자세를 고취시켜야겠다. 기껏 교회에 나가서는 형식적으로 미사참례도 마지못해 하고 미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바쁘게 돌아가는 신자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거룩한 그리스도의 제단앞에 성실한 태도로 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물론 형제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치하여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는 쇄신책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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