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부활대축일에 강화본당에서는 뜻 깊은 영세식이 있었다. 80세가 넘으신 나의 조부모님이 영세식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동안 돌보아 주던 시골청년이 스테파노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85년 9월부터 7개월 동안 돌보아 준 땀과 정성이 열매를 맺는 기쁨이었다.
그 동안 정말 세세한 정성을 쏟아야 했지만 잊지 못할 사건들이 있었다. 같은 시골마을에 교우 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친구에게는 알맞는 인도자가 없었다. 다행히 같이 농사일을 몇 개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예비교리에 인도할 수 있었다. 예비입교식 후에 가을철이 오자 대농이며 방앗간 운영을 하는 스테파노는 예비교리에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 12월(月)이 되어서 예비자반의 출석체크를 해보니 영세하기가 어려울 것만 같았다. 같은 마음에서 스테파노의 모친을 포함해서 5명이 예비입교를 하였는데 누락된다면 초심자로서 실망이 클 것만 같았다. 더욱이 본인이 열심히 배우려는 데도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로 소외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래서 수녀님과 상의한 끝에 통신교리를 신청해 주었다. 모자라는 출석률을 보충해서 영세를 받게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통신교리는 100점씩을 받으면서도 서울까지의 우편왕복 처리기간이 15일 이상이 소요되었다. 2월(月)이 되자 본인과 나는 같이 궁리한 끝에, 서울에서 근무하던 나는 장충동 분도빌딩 천주교 통신교리부에 찾아갔다. 담당신부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어려운 청을 하였다. 규칙을 알면서도『2권씩을 주시면 제가 속달우편으로 발송하여 부활대축일전까지 수료증을 밭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간청하였더니『통신교리 규칙에 위반되는 일이지만 베네딕또가 책임질 줄 믿는다』하시면서 허락해 주셨다.
이틀 밖에 소요되지 않는 속달우편은 3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드디어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온 탕자는 눈물 속에서 성교회의 품안에 안기게 되었고, 지금은 어머니를 모시고 주일만 되면 만사 제쳐놓고 미사에 빠지지 않는 신심 깊은 모범교우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예비자입교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돌보아 주어야 함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해 본다. 지금도 예비자 등록 후 교리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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