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카메라를 하나 샀다가는 큰 곤욕을 치룬 일이다.
시골성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행사 때마다 사진 찍을 일이 가끔 생기는데 그 때마다 사진기를 빌리러 다니자니 한두 번도 아니고 미안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해서 마음을 오지게 먹고는 중고품을 하나 샀는데 그런데 이놈의 것이 내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사람 미칠 일이 자꾸만 생겼다.
우선 카메라를 둘 곳이 없었다. 이불 속에 감춰놓자니 그것도 성가시고 옷장에다 놓자니 더더욱 마음이 안 놓이고 천정을 뚫고 그 위에다 놓으려 고도했지만 역시 신통한 방법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궁리하다가 결말을 못 지은 채 저녁미사에 들어갔는데 아 글쎄 분심이 들기 시작하는데, 어느 놈이 미사 드리는 사이에 방에 들어가서, 내 카메라 가져가지 않나해서 마음이 그렇게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중엔 잠을 자는데도 밖에서 바람소리라도 크게 날 양이면 카메라 산줄 알고 도둑이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한번 깬 잠은 다시 잠들지를 못하고 카메라 있는 쪽만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그것 뿐만도 아니었다. 카메라 샀다고 누가 구경 좀 하자 하면 웬지 렌즈에 무슨 흠집이라도 낼 것만 같아 보여 달라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으며, 한술 더 떠서 빌려달라고 할 때면 빌려준 물건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일이 잡히지 않은 채 온통 카메라의 안부 때문에 왔다갔다 안절부절 못하며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사림 참 환장할 일이었다.
며칠을 악몽 속에 시달리다가 카메라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그냥주어 버렸다. 돈 20만원이 문제가아니라 그 20만원 때문에 상처받은 일을 생각하면 몽둥이로 두들겨 패 가지고 잔뜩 찌그러뜨린 다음에 쓰레기통에 쑤셔 넣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드디어 카메라가 내손에서 완전히 떠나게 되자 나는 그때 비로소 자유가 뭔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무소유(無所有)의 행복이 이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그렇게 홀가분하고 평화로우며 또한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처음 신부될 때의 결심은 가난한 신부가 되는 것이었지만 난 아직도 가진 것이 많다. 신도 이것저것 합치면서 너 켤레가 되며 모자만도 네 개나 된다.
그러나 그건 고사하고라도 그 돼먹지 않은 성질은 무슨 보물단지라고 남 주질 못하고 꽁무니에 자꾸만 달고 다니는지 내가 생각만 해도 내 인생이 답답하고 한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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