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처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꼬마들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미국에서 수술을 받고 온 꼬마팀과 한국에서 수술 받은 꼬마팀 및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서울 미(美)8군(軍)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꼬마들이 우연히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 꼬마들은 지난날의 고생스러웠던 일, 수술 후 기뻤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이제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꼬마가 다른 꼬마의 앞가슴에 나있는 수술흉터를 보면서『수녀님, 광봉이는 외제쟉크를 달고 있고 명태는 국산 쟉크, 정수는 수입 쟉크를 달고 있네요.』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종합병원에서는 거의 다 심장수술이 가능하다. 의술 역시 선진국 의사들 못지않게 수술을 잘할 수 있고 의료기구도 훌륭하다. 구미의 의사들이 와서 보도 자기네들의 병원에도 없는 좋은 시설ㆍ기구들을 갖췄다고 탄복하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우리 상담소를 통해 서울 부산 대구 미국 캐나다 미8군병원 등에서 수술 받은 환자 수는 한 달에 적어도 25명 내지 35명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은 내가 보내는 환자가 한 달에 17명 내지 20명이 되고 이들은 2주내지 3주안으로 건강한 몸이 되어 회색이 만면해서 찾아온다.
또 의료보험카드나 의료보호증을 소지한 이는 적은 비용으로 수술 받을 수 있고, 그 돈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많은 이는 한미재단, 새 세대 심장재단, 길연 심장환아후원회 그리고 알게 모르게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의 손길을 통해 쉽게 수술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보험카드나 의료보호증이 없는, 극빈자는 아니지만 막대한 수술비를 낼 수 없는 중간층 가정의 환자들이다.
병원 측의 많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수술비 관계로 입원을 못 하고 있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다.
이런 환자들은 부득이 캐나다나 미국의 은인들의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어찌하랴!「외래품을 사용하지 말자」「미제담배 피우지 말자」들의 제목으로 신문지장에 보도되는 것도 봤다.
아시안 게임을 치르고 88년 올림픽도 개최할 정도의 우리나라인데 언제까지나 없는 나라처럼 남의 나라에 손을 벌리는 창피한 꼴을 매번 보여줘야만 하는가!
남 보기에 부끄러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하고 뛰고 싶고 걷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꼬마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같은 겨레의 무관심을 한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캐나다나 미국의 은인들이 먼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꼬마들을 도와줄 때는 돈이 남아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힘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 우리들의 간절한 호소를 받아들여 미국까지 데리고 가서 무료수술을 해주게 된다. 그러나 병원자체에서 무료로 수술해주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사마리아인」의 역할(루까 10, 25~37)을 본받아 사랑의 봉사정신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겠는가.
환자인 어린이를 부모의 보호도 없이 하루(24시간)가 꼬박 걸리는 비행기의 먼 여행을 시킬 필요도 없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게 한다면 육체적 건강은 물론 보다 중요한 정신건강면에서도 얼마나 좋을까.
비싼 외제담배ㆍ외제물품구입보다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요즈음 큰 성당이나 교회주위를 보면 일요일마다 주차장으로 없는 길가 담 모퉁이에 자가용차가 줄줄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혼자서 타고 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신자들이 시간절약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하겠지만 일주일에 한번쯤 차도 쉬고 그 기름 값도 절약하며 아침 일찍 등산이나 조깅하는 기분으로 성당 다니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족과 함께 소풍간다는 생각으로 다정하게 대화도 나누면서 2백년전 잡히면 죽을 줄 알면서도 수 백리를 멀다않고 험한 길을 걸어서 신부님을 찾아가던 순교자의 정신으로 고요히 주님께 나아가면 주님은 얼마나 기뻐하실까?
목돈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도 기쁨이 되고 보람이 있겠지만 적은 돈이나마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아껴서 「영치기 운동」으로 기름 값 모아 한 달에 한명의 어린이들의 생명을 건져주게 된다면 얼마나 큰 보람이며 선행이 되겠는가. 외국 분들이 전혀 모르는 우리 어린이들을 희생과 사랑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사랑도 메마르지 않도록 계속 더 많은 분들이 성서말씀을 본받아 참된 신앙인의 자세로 사랑의 형제돕기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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